블랙핑크 로제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마스가 함께 부른 APT 노래가 글로벌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APT(아파트)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인 apartment를 줄여 부른 말로 족보도 없는 콩그리시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편리함을 대명사를 넘어 하나의 신분계급으로까지 인정을 받지만 미국에서 apartmenet는 소득이 낮은 서민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으로 우리로 따지면 빌라와 같은 개념으로 우리와 같은 고층 아파트는 High raise apartment라 부른다. 반면 미국에서 villa는 우리와 달리 대형고급주택을 의미한다.
한국의 중개업소를 방문한 미국인이 villa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중개사가 고급주택이 아닌 서민들이 주거하는 소형주택을 보여줬다며 황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역사는 1930년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지은 미쿠니(三國) 아파트가 최초 아파트로 현재도 원형대로 보존이 된 상태이다.
주택법상 아파트는 5층 이상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1932-1933년에 지은 5층 건물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가 최초 아파트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서대문 충정로역에 가면 보이는 초록색 낡은 건축물이 바로 충정아파트로 6.25 전쟁 때는 북한군 인민재판소로 사용됐고 수복 후에는 유엔군 숙소로 쓰이기도 했다.
아무튼 두 곳 모두 100년이 다 돼도 끄떡없는 튼튼한 것을 보면 건축기술이 좋은 우리나라가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으로 정한 것이 기술적인 안정성 문제보다 새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우리의 그릇된 주거문화라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도 든다.
로제의 APT가 전세계적으로 히트라고 하지만 필자의 마음은 윤수일의 아파트다. 1982년 발표한 윤수일의 아파트보다 더 오래된 아파트가 서울에서만 무려 6만가구나 남아있다.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서울의 새 아파트 희소성은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있다.
서울은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신규택지가 없어 기존 노후 건축물을 재건축하거나 재개발하는 정비사업이 아니면 신축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다. 2026년에는 서울의 입주물량이 1만세대 아래로 떨어진다. 서울의 입주물량 감소는 서울 아파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9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이 8월 대비 35% 급감하였고 주간아파트 변동률 역시 하향안정이 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의 안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강대학교 특강에서 로제의 아파트가 뜨는데 서울 집값이 오를까 고민이라고 했던 발언을 되새겨보면 여전히 서울아파트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며 언제든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주거문화를 넘어 신분계급이 돼버린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수요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저출산, 서울집값, 지방침체 우리사회가 직면한 이 문제들의 원인은 서울 과밀화 집중화문제 하나다. 좋은 교육환경과 우수한 주거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으로 나눠 주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