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울산 울주 온산읍에 위치한 온산역과 남창역을 잇는 온산선 화물열차의 유해 물질 이송에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면서 인수 성공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이 울산 온산제련소로 옮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영풍은 온산선을 통해 석포제련소에 나오는 위험물질인 황산을 울산으로 실어 보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M&A가 이뤄질 경우 황산에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제련 잔재물까지 온산 제련소에서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찌꺼기를 온산제련소에 떠넘겨 왔다가 온산제련소 내부에서 환경 오염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면서 결국 2년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ESG분야 외부 전문가들마저 이를 지적한 점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풍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대주주 영풍 일가의 지속적인 요구로 결국 온산제련소는 수백억 원을 들여 카드뮴 잔재물 처리 공장을 증설했고 이후 2021년부터 약 2년간 석포의 카드뮴 찌꺼기를 대신 처리해 줬다"며 "이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환경오염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영진의 결단으로 지금은 카드뮴을 더 이상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철금속 업계 등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8년쯤 낙동강 카드뮴 오염 문제가 확산되자 2019년 5월 카드뮴 공장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영풍은 카드뮴 공정을 폐쇄하고 관련 물질을 분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당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카드뮴 잔재물을 대신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카드뮴 잔재물에서 카드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나오는 제련 잔재물의 처리와는 다르게, 경북 봉화군에서 울산 온산제련소까지 잔재물을 실어 오는 것은 이송과 보관 과정에서 위험이 클 뿐 아니라 기존 공장 규모로는 석포제련소 물량까지 처리하는 게 불가한 상황이었다.
영풍은 또 2021년에는 환경부 통합환경인허가 승인을 위해 당장 처리가 다급했던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 잔재물(자로사이크 케이크)을 처리해 달라고 온산제련소에 또다시 요구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런 지속적인 폐기물 처리 요구가 양 기업 갈등의 한 원인이 됐다고도 주장했다.
영풍은 지난 9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에 대해 협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됐다"며 "2019년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때 고려아연에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외부 업체에 판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온산선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울주군은 온산선을 폐지하는 대안으로 온산공단에서 울산신항 인입 철도로 연결되는 새 철도를 개설하는 방안을 울산시에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카드뮴은 정광 제련 과정 중 생성되는 것으로 아연생산 효율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서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사고 판 것으로 결국 영풍이 고려아연에 카드뮴 찌꺼기를 넘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석포제련소 내부 침전저류지에 보관 중인 아연잔재물 처리 계획도 없다. 오히려 여기에서 재처리를 통해 금속성분을 추가로 추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