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은행 결산] 홍콩ELS·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로 얼룩···세대교체 바람
[2024 은행 결산] 홍콩ELS·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로 얼룩···세대교체 바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혼란···전직 회장 엮인 우리은행 부당대출
兆단위 ELS 배상에 순익 '뚝'···'안정보다 쇄신' 은행장 대거 교체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은행 ATM 기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은행 ATM 기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은행권은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얼룩진 한 해를 보냈다. 전직 최고경영자(CEO)가 엮인 부당대출 사고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배상, 횡령, 배임까지. 굵직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뢰 회복의 길은 더 멀어졌다.

가계대출 급증세의 중심에도 은행권이 있었다. 부동산 상승세에 힘입어 슬금슬금 불어나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8월 한 달 동안에만 9조3000억원 늘어,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은행들이 대출 증가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한편, 대출 취급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말많고 탈많았던 은행권은 조직쇄신 의지를 보여주듯 연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4곳이 새 은행장을 맞았으며 이들 은행장은 대대적인 업무 혁신을 예고했다.

◇부동산 상승세에 불어난 가계대출···결말은 '총량규제'

연초 안정화 흐름을 보였던 가계대출은 2분기 들어 부동산 상승세와 맞물려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출 급증세를 견인한 것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으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이 약 3년 만에 2%대까지 낮아지는 등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우호적인 여건이 마련됐던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 도입 시기가 7월에서 9월로 연기되면서 대출 막차수요까지 몰렸다. 은행 가계대출은 점점 불어 8월에는 한 달 동안 9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3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이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이 개입, 적정 수준에서 대출 증가세를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가산금리는 올리고 우대금리는 내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앞다퉈 인상했다.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던 올해 7~8월 5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횟수만 20차례가 넘는다.

그러다 차주들이 과도한 이자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대폭 축소하거나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 대출까지 과도하게 틀어막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은행들이 부랴부랴 결혼·상속·주택처분 등 실수요자 예외조건을 마련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가 훌쩍 넘어가면서 연말 총량규제에 돌입해야 했다.

◇우리은행 초유의 부당대출···전직 회장 연루 의혹

올해 8월 금융감독원 발표로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드러났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2024년 1월 16일 손 전 회장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고, 이 중 350억원이 부적정한 대출이었다.

전직 회장이 엮인 부당대출 사고는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졌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해당 부당대출을 일찍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고, 이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일 비판적인 메시지를 냈다.

결국 임 회장은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 내부통제 시스템을 소홀히 운영한 데 대해 고개를 숙였고 조 행장은 연말 임기를 끝으로 교체됐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동양·ABL생명 인수도 이번 부당대출 사고 여파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올해 하반기 은행권을 달궜던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의 충격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올해 10~11월 실시한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검사에서 금감원은 임 회장 재임시절에도 유사한 부당대출이 다수 실행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ELS 배상만 兆단위···고난도상품 판매 금지 '왈가왈부'

연초에는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가 은행권을 흔들었다. 중국경제 악화로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서 수조원대 손실이 났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배상비율을 30~65% 수준으로 결정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배상에 나서야 했다.

홍콩ELS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판매했던 상품이라 배상 규모도 상당했다. 은행들은 배상액을 올해 1분기 충당부채로 반영하면서 순이익이 대폭 꺾이기도 했는데, 5대 은행에서만 총 1조6650억원 규모의 ELS 배상액 충당부채가 적립됐다.

홍콩ELS 손실사태 충격은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금지 이슈로 이어졌다. 은행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 상품을 판매해도 괜찮은지를 두고 학계와 업계, 소비자업계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데,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커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강태영 NH농협은행장 후보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5대 은행장 중 4명 교체···거셌던 '세대교체' 바람

올해는 유독 은행권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4곳의 은행장들이 모두 교체됐다. 현 행장들이 대부분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이 유력하던 상황이어서, 대규모 수장 교체를 두고 '파격 인사'란 평가가 붙었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변화를 줄 필요성이 커졌고, 올해 잦았던 금융사고에 따른 조직쇄신 의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장에는 이환주(60) KB라이프생명 사장이, 하나은행장에는 이호성(60) 하나카드 사장이, 우리은행장에는 정진완(56)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농협은행장에는 강태영(58)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정상혁(60) 신한은행장은 유임돼 임기 2년을 부여받았다. 업권을 이끌어갈 5대 은행장 모두 '영업통'으로 꼽혀, 내년부터 본격 영업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