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품질 경영 집념의 산실 '美주행시험장'
정몽구·정의선 품질 경영 집념의 산실 '美주행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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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개선 위해 2005년 1200억원 들여 건립
제품 경쟁력 오르며 판매량도 덩달아 급상승
"다음 단계는 AI, 로봇 등 선구적 기술 검증"
(왼쪽부터)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왼쪽부터)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품질 혁신을 통해 2010년 세계 5위 업체로 도약하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00년 9월 계동사옥에서 열린 임직원조회에서 "사내 전 조직이 권한과 책임을 갖는 분위기를 조성해 이를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명예회장이 이러한 중장기 전략을 강조한 배경에는 품질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직전 연도인 1999년 국내외 시장에서 211만3510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 2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1998년 말 기아차를 인수한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냉정했다. 기아차 인수로 규모를 키웠지만, 가장 중요한 품질 면에서 세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정 명예회장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한편, 품질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그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지난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1200억원을 들여 세운 주행시험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철저한 품질 검증을 위해 고속주회로와 범용시험장을 포함한 여러 시험로를 마련했다. 액센트·엘란트라·쏘나타 등 현대차그룹 주력 모델 모두가 이곳에서 검증을 받았고, 품질 개선 효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브랜드 평판과 판매량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주행시험장 개소 첫해인 2005년 349만대였던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2006년 375만대, 2007년 396만대, 2008년 418만대, 2009년 464만대로 지속 증가했다. 2010년에는 574만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 500만대 돌파와 함께 세계 5위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10년전 품질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정 명예회장의 목표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주행시험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주행시험장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고속주회로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명예회장의 이러한 경영 기조는 아들 정의선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자 주행시험장 시설을 지속 개선·확장하며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포장로 확대다. 기존 1개였던 비포장로를 7개로 대폭 늘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포함한 여가용차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RV 시장 확대에 발맞춰 현대차그룹 주력 모델을 세단 중심에서 싼타페, 텔루라이드 등 RV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RV 라인업 강화는 판매량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1년 53.7%였던 RV 판매 비중은 2022년 58.1%, 2023년 60.0%, 2024년 62.7%로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러한 성장세가 2022년 세계 3위 진입 이후 그룹이 3년 연속 해당 자리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넥스트 스텝은 미래 모빌리티 품질 검증이다. 그는 10일(현지시간) 주행시험장을 찾아 연구원들에게 "현대차그룹은 지난 20년 동안 주행시험장과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이제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등 선구적인 기술에 집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시설로 주행시험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앞으로 다가올 20년의 여정에서도 도전을 기회로, 좌절을 성공으로 전환시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적 성장이 지속되려면 질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품질 집념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행시험 중인 아이오닉5(위쪽)과 텔루라이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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