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韓·美·日 협력으로 '위기의 한국경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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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AI·에너지, 한미일 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이재용, 美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잠재적 참여 논의
中 견제 위한 3국 협력 움직임···지속 협력 방안 마련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TPD2025'가 열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TPD2025'가 열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재계가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한미일 공조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관세 리스크를 극복하고 중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5'에 참석해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AI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최 회장은 제조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경제·안보의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이어 최 회장은 현재 AI 활용이 금융과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 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분야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 등 강점을 결합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미일 정관계 인사들은 △한국·일본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위한 인프라·물류를 지원하고 반대로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협업 △원자력·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에서 미국의 원천기술·IP를 한국·일본의 설계·조달·건설(EPC) 능력과 조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났다. 이날 회동에는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첨단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앞으로 5년간 5000억 달러(한화 약 720조원)를 투입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손정의 회장과 샘 올트먼 CEO가 이재용 회장과 만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대한 공급을 논의하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도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타게이트 업데이트와 삼성의 잠재적 협력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기업용 생성형AI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를 개발·판매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 단말을 통해 해당 AI가 보급될 가능성도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미일의 이 같은 공조 움직임은 외교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중국 생성형 AI인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기술 발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갖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중 이뤄졌으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했다. 

이어 공동성명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유지되고, 국제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성명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분으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관련 국가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스타트업이 공개한 딥시크-V3은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개발 비용이 80억원 밖에 들지 않아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당시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 17%가량 떨어지기도 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딥시크에 따른 타격을 받았다. 딥시크가 본격적으로 미·중 AI 패권 경쟁의 시작을 알린 만큼 중국을 견제하고 AI 주도권을 굳히기 위한 한·미·일 동맹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미국상공회의소(미상의),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3국 경제단체 간 첫 민간협의체인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출범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협의체에 대해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되었던 산업·경제분야 삼각 협력이 문서로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더욱 안정적인 3국 경제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찰스 프리먼 미상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이번에 체결된 MOU 이행을 위해 한경협, 경단련과 지속 협력해 반기마다 실무그룹 회의, 연례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경제계가 3국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 강조했다. 이치로 하라 경단련 상무 역시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 3국간 협력 중요성이 커진 만큼 새로 확립된 3자 프레임워크를 통해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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