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견제로 국내 해운 업체 에이치엠엠(HMM)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매각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MM 주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일 대비 6.94%포인트 상승한 2만950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가총액도 18조5899억원으로 불어나며 코스피 상장사 21위에 오른 상태다. 이러한 호가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견제책 마련이 있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국 선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또는 선박의 용적물에 톤(t)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이다.
HMM은 미주 노선에 중국산 선박을 투입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USTR의 견제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최대 해운 업체 코스코의 미주 물동량 감소로 HMM이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로 인해 HMM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매각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과 해진공의 높은 지분율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한 차례도 빠짐없이 보통주로 전환하고 있다. 오는 4월 HMM의 마지막 영구전환사채 가산금리 시기가 도래하는데, 산은과 해진공이 이 영구전환사채도 보통주로 전환하면 HMM 지분율은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따지면 HMM 지분 70% 확보에 무려 13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HMM이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SK해운 벌크선 등 일부 사업 인수를 검토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선 점도 매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해운 일부 사업 인수 가격은 2조원대로 알려졌다. HMM은 14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자금 마련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선사 견제 본격화와 SK해운 일부 사업 인수는 HMM에 호재지만, 이로 인한 몸값 상승은 매각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