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헐값매각 무죄에 정부 '안도'
외환銀 헐값매각 무죄에 정부 '안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조조정을 포함한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은 큰 짐을 덜게 됐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사건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의 배임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은데 대한 금융위원회 간부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작년 3월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불법.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하자 경제.금융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부도덕한 행위로 몰고간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책적 판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으냐", "관료 사회의 보신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누가 총대를 메고 정책을 추진하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실제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이후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는 민감한 정책 결정이나 추진을 꺼리는 보신주의와 냉소주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국 HSBC은행이 작년 9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하고 같은 해 12월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 전신)에 승인 신청을 했지만 정부는 심사를 보류했다.

외환은행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승인이나 불가 중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야하는 `뜨거운 감자'를 손대지 않고 시간을 벌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 문제를 놓고 현 정부도 고민하다가 "조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지난 8월 심사에 착수했지만 HSBC은행이 한달 만에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외환은행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해외 언론과 투자자들은 한국의 반 외자 정서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사건에 대한 무죄 선고로 정부는 힘을 얻게 됐다. 향후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는데 걸림돌이 사라진 것은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금융의 부실을 정리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서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외환은행 매각에 정부 관료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시각은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정책을 집행하는데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1심 선고이지만 무죄 판결로 경제 관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고 추진력있게 정책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변양호 전 국장은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10일 최후 진술을 통해 "지붕을 뜯고 과감하게 불을 끄지 않아 결국 숭례문을 잃게 됐다"면서 "정부 관료의 책무는 위기를 예방하고 조기 진압하는 것이며 지금도 외환은행 매각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 역시 "외환은행 매각은 불가피했고 지금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