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규직 대신 인턴확대 '숫자놀음' 빈축
은행, 정규직 대신 인턴확대 '숫자놀음'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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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턴채용 규모 정규직의 6배
임직원 임금삭감 통해 재원 마련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청년 인턴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금융회사들이 월 100만원 안팎의 인턴채용을 이유로 정규직 채용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단기 알바를 양산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 가운데 올 상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은 외환은행과 기업은행 뿐이다.  

이들 은행은 각각 상·하반기에 걸쳐 200명 내외의 신입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국민·우리은행의 경우 하반기에만 각각 300명, 200명 가량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은행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은행 등은 올 상반기 채용계획이 없으며, 대구·부산은행의 경우 하반기에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0명 내외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들이 정규직 대신 인턴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은 '대졸 초임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로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채용이 본격화되는 3월 이전에 각각 1200명, 1000명의 인턴채용 계획을 확정해 사실상 상반기 채용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정규직 대신 같은 비용으로 최대 3배 이상 많은 인턴을 채용하는 등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너도나도 '숫자놀음'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이 올 연말까지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인턴 규모는 5300명 가량으로 정규직 채용(980명) 대비 5배가 넘는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잡셰어링의 본래 취지는 기존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양질의 신규 채용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잡셰어링이 단기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임금삭감이 임직원들로부터 시작돼 하위직급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노조도 악화일로의 은행 수익성을 감안해 일자리 창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인턴채용에 나선 대다수 은행들이 노조측과의 협상 난항을 이유로 임직원들의 임금삭감분을 '잡셰어링'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은행장 연봉과 임직원 연봉을 40~50% 가량 삭감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지난해 10월 전 계열사 임원 급여를 10% 반납한 데 이어 10%를 추가로 반납키로 해 모두 20%를 삭감했다.

또, KB금융도 지난해에 이어 모든 계열사의 부장·점장급(센터장 포함) 간부직원 1400여명의 급여를 5% 반납하고 이를 일자리 창출에 활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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