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어려운데 '꺾기'까지"…中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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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기대출 실적 큰 폭 하락
'꺾기' 여전 … 2200여건 적발

[서울파이낸스 고득관 기자]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규정을 완화한 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도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꺾기’ 관행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불필요한 자금 부담을 떠안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의 상반기 중기대출 증가액이 예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3일 발표한 ‘09년 6월 대출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 순증 규모는 16조 2천억원으로, 상반기 통계임을 감안하더라도 2008년 52조 4천억원, 2007년 68조 2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중기대출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서 지난달 27일 발표한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동향’에 따르면, 대기업 대출금리는 4월 5.59%에서 5월 5.53%로 0.06%p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38%에서 5.40%로 0.02%p 상승했다. 평균 가계대출금리도 0.02%p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금리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내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의무대출을 줄여준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지난 5월 28일 정부는 국내 은행들과 외화채무 지급보증 양해각서(MOU)를 재체결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에 관한 국내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들을 내놓았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 목표를 37조에서 32조로 13%나 줄여준 것이다.

또한 정부는 각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순증목표액을 없애고 목표비율만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각 은행은 전체 대출 증가액 가운데 중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시중은행은 45%, 지방은행은 60%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은행이 정부기관에 대출한 자금은 대출액에 제외됐기 때문에 중기 대출 ‘비중’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더 쉬워졌다.

결국 정부가 은행의 중기대출 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를 취함에 따라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이게 되고 이것이 중소기업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꺾기’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출을 해주고 예적금을 가입시켜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8개 국내은행 중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은행의 구속성 행위(꺾기) 검사 결과 총 687개 점포에서 총 2,231건의 꺾기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꺾기를 한 것으로 밝혀진 805명의 은행 직원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꺾기 형태는 대출 고객에게 예적금을 가입시킨 뒤 임의로 이를 지급정지 계좌로 등록해 예금 인출을 제한하거나, 대출 고객의 가입 확인서 없이 금융상품에 가입시키는 사례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가입확인서가 오히려 은행의 꺾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판단에 따라 가입확인서 제도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또한 꺾기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보상예금제도를 활성화하고 꺾기 행위 규제 기준을 명확화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가 있으니 ‘꺾지 말라’는 지시가 본사쪽에서 몇 번 내려왔다”면서 “하지만 일선 창구 직원들이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그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실적 평가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꺾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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