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가 더 요란한 '한반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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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교전·핵실험·천안함사태에도 증시상승
"북한 리스크, 오히려 글로벌 증시 '태풍의 핵'"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북한 리스크는 더 이상 국내증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최근 국내증시를 보면 이같은 말이 이해가 된다. 지난 3월 천암함 사태로 촉발된 북핵리스크가 증시불안 요인으로 떠오르며 지수를 위협했지만, 오히려 한국 증시는 유럽 등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증시가 잦은 북한리스크로 내성을 쌓아가고 있으며, 남북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높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우세해져 한반도 리스크가 차츰 희석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박효진 연구원은 "과거의 사례에서 볼때 이번 천암함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은, 단기적 불확실 요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부담과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지는 기간이 길수록 증시가 악재로 반영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 정도가 불안요인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의 1·2차 연평해전,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도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1999년과 2000년 1·2차 서해교전때도 코스피지수는 사건 발생 후 일주일간 각각 8.1%, 5.5%의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2009년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때도 모두 증시에는 상승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암함 사태 역시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26일 당시 1691포인트에 머무르며 추가 상승탄력을 찾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 일주일간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며 1720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후 북한의 강경 대응방침 발언으로 지난 달 25일 국내 금융시장은 한차례 출렁거렸지만, 4일 현재까지 반발매수가 몰리며 코스피지수는 단 한 차례만 하락했다.

오히려 이같은 한반도 긴장이 글로벌 시장 리스크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대북 강경 발언 이후 사흘간 외국인은 1조원이 넘는 물량을 출회하며 증시에서 몸을 사렸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약 2000억원이 넘는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신들은 한반도 리스크를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와 함께 글로벌 금융불안의 양대 위험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달 26일 온라인 톱 뉴스에서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장중 1만포인트 붕괴된 데 대해 유럽 재정위기 문제와 한반도 리스크를 공동의 원인으로 묶으며 금융시장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인민군을 비롯한 민간 예비병력과 보안기관 등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전문방송 당시 CNBC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와 한반도의 혼란이 다우지수 1만선을 무너뜨리고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증시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회복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이 마련돼, 해외증시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북한으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부분 단발성 주가조정에 그치고 회복속도도 빨랐다"며 "향후 안보리 제재 등 전개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국내 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 민감도를 재는 잣대가 될 외국인들의 매도강도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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