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재무구조약정에 M&A설
현대證 "악의적 소문양산" 반박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현대증권 매각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그룹이 주력사들의 경영악화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유동성확보 차원에서 '알짜배기' 자회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년간 확인되지 않는 매각설에 몸살을 앓아온 현대증권은 이번에도 "터무니 없는 루머"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룹차원의 문제에 매번 휘말리며 직원의 사기 저하 등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에 선정됐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금융권 채무가 많은 주요 그룹 중 재무구조를 평가해 불합격한 곳을 대상으로 채권단과 해당그룹이 맺는 약속이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표가 약정에 들어가면 해당 그룹은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대상이 된 것은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의 지난해 실적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매출이 20% 정도 감소해 8376억원의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이 284%에 달했다. 현대증권을 제외한 현대그룹 매출의 78.6%를 현대상선이 차지하는 만큼,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은 그룹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현대그룹의 금융권 순차입은 지난해 말 기준 1조 5000억원이며, 이 중 연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52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구조는 현대엘리베이터 외 21인 40.99%, 현대중공업 외 1인 25.95%, 현대건설 5.96%, KCC 외 1인 5.17%, 자사주펀드 1.87%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아직은 현대중공업·KCC가 3 대 4 수준으로 현대그룹보다 적은 구조이지만, 앞으로 현대건설의 매각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권 행배가 결정되는 구조가 바뀌는 상황이라,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일각에서는 부채청산을 위해 우량계열사인 현대증권이 시장의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증권은 지난 1분기에도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그룹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현대증권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근거없는 소문이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그동안 현대증권은 롯데그룹, KB금융, 현대중공업 등 수차례 기업들에게 매각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지만 실제로 모두 '입소문'으로 끝이 났다.
이번에도 역시 매각설이 진원지인 된 현대그룹은 현금성 자산을 1조 200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어 외환은행이 1300억원 규모의 여신 회수에 들어가더라도 견딜수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설은 모기업과 주채권은행간 기싸움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매각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 몇년간 그룹차원의 유동성악화에 M&A명단에 오르내려 직원들이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로 매각이 진행된다해도, 이미 흥행성이 떨어진 증권업계 M&A시장에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