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정설' 등 후유증 불가피
M&A 추진·노조반발 등 과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이변은 없었다. 국내 최대 금융사 회장 자리를 둘러싼 현 정권 실세들의 자리다툼은 결국 '파워게임'으로 결판이 났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연이은 고배를 마신반면,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은 현 정권의 '진정한 실세'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관치' 논란 불가피
그러나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KB회장 인선 마무리는 또다른 후폭풍을 알리는 전주곡이 될 조짐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어 위원장의 KB금융 선임 가능성은 올 초부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이른바 '청와대 내정설'이다.
시장 안팎의 '리더십 부재' 우려에도 불구하고 KB금융 회장자리가 반년 이상 장기간 공석이었다는 점도 이같은 설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어 위원장은 차기 한은 총재 물망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도덕성 시비로 한은 총재를 낙점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불과 석달만에 국내 최대 금융사 회장에 추대됨으로써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단순한 '설(說)'로 돌리기에는 정황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지난해말 이후 KB금융의 리더십 공백사태는 금융당국과 KB금융간 갈등이 주된 요인이었음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황영기 전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관련 '배임혐의' 성립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며, 강정원 행장의 회장직 사퇴 역시 금융당국의 전례없는 고강도 종합검사가 발단이 됐다.
특히, 금융당국은 '관치금융'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횡을 문제삼아 KB금융 이사회의 해체를 유도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새로 짜여진 이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KB금융 리더십 부재 사태는 막을 내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왕이면 현 정권의 실세가 와야 당국으로부터 입김을 덜 받지 않겠느냐"며 "무엇보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에서 비롯한 피로감이 회추위 결정의 주된 배경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
■예정된 갈등...경영능력 '시험대'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만큼 신임 어 회장이 감당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일은 조직통합이다.
KB금융 및 국민은행은 장기간에 걸친 리더십 부재사태로 인해 조직이 상당부분 분열돼 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이번 KB금융 인선과정에서도 상당수 임원들이 유력후보들을 상대로 '줄대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모 부행장이 행장직을 약속받고 특정 유력후보의 캠프에 합류했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회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상당수 임원들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노조의 극심한 반발도 고민거리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 어 위원장의 경영전략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어 위원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우리금융 인수에 대한 관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측은 'KB+우리'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보다 큰 관점에서 보면, 금융위기 이후 실추된 KB금융의 '리딩뱅크' 입지를 되찾아야 하는 난제도 안고 있다. KB금융은 금융위기 이후 줄곧 경쟁사인 신한지주와 비교해 수익성 측면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전체 지주사의 10%에도 못미치는 비은행 부문의 취약한 자산 포트폴리오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선임과정의 투명성 논란과 노조와의 예정된 갈등을 짊어지고 이같은 문제까지도 해결해야하는 게 곧 취임하게 될 어 회장의 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