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주펀드 편입비 제한 추진 '시끌'
그룹주펀드 편입비 제한 추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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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그룹 경영권 방어 등 악용소지 차단
자율성·다양성 제한, 투자자·업계 상처만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그룹주 펀드에 계열사 주식을 일정수준 이상 담지 못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박선숙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5명은 자산운용사가 그룹주펀드에 계열사 주식을 일정 수준이상 담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계열회사 주식 비중을 펀드 자산총액의 10%로 제한하고 인덱스펀드 경우 주식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 이하만 주식을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재벌그룹 계열 자산운용사가 그룹주펀드를 악용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박선숙 의원 측은 "인덱스 펀드는 자본시장통합법상 규정 한도를 초과해 계열사 주식을 편입할 수 있다"며 "펀드내 계열사 비중을 높인 후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확대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인덱스펀드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인덱스펀드 운용 관계자는 "인덱스펀드는 추종지수가 공개될 뿐 아니라 해당 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의도적으로 주식의 편입비중을 조정할 여지는 크지 않다"며 "펀드내에 그룹 계열사 비중을 높인 후 경영권 방어 등에 악용할 소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계열사 편입 비중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자산운용사들이 약관 등을 통해 자율규제 하도록 맡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강제조항을 만드는 것은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개정안 통과시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증권투자신탁'의 경우 현재 '의결권 행사 제한'과 '개인투자자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약관에 두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입지를 좁힐 뿐 아니라 상품 다양화도 저해하게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모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자산운용사만 규제하게 될 개정안은 결국 외국계 자본·자산운용사와의 경쟁에서 국내 자산운용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운용에 대한 강제 규정들이 계속 생겨난다면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데 그만큼 제약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산운용사의 자율성과 상품의 다양화를 저해해 오히려 투자자들의 직·간접적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는 개정안 도입 후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 펀드연구원은 "각각의 펀드는 고유의 전략을 담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특정그룹주 펀드에 해당 그룹이 아닌 다른 종목을 담는다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게 돼 운용을 계속해야할 이유가 사라진다"며 "개정안이 현재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 소급 적용된다면 해당 펀드는 해산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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