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설탕'을 만드는 기업에서 '꿈'을 만드는 기업으로". CJ그룹이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강자로 설 수 있게 한 주역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녀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다.
이 부회장은 10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처음으로 본상 부문 4개 부분을 석권하는 데 숨은 조력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상식 무대에서 "기생충을 후원하고 함께 사랑해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남동생(이재현 회장)에게도 감사하다"며 시상 소감을 밝혔다. 재계에서도 이들의 우애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총괄제작 대신 단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미국 현지에서 수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오랜 시간 문화사업에 뛰어들며 쌓은 인맥을 활용해 아카데미 회원들을 직접 찾으며 기생충 수상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미국 엔터테이트먼트산업에 대한 노하우로 오스카 프로모션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불리는 '오스카 캠페인'을 사실상 CJ가 주도했다. CJ ENM은 영화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 칸영화제와 미국 내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도 지원해왔다.
CJ가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사전 홍보작업'에 들인 돈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카 캠페인 외에도 감독, 배우, 지원인력의 체류비도 일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칸'을 직접 방문, '기생충'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4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후 5년 만이었고 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만이다.
이 부회장은 재계에서 '여걸'로 불린다. 그만큼 사업수단이 탁월하다. 지난 1995년 CJ그룹이 식음료 사업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을 모색하던 중 이 부회장에게 엔터테인사업을 맡겼다. 그는 유학시절 인맥을 적재적소에 쓰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등과 함께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오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미국 기업전문지 포춘은 기생충을 소개하면서 이 부회장도 함께 소개했는데 "영화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한국 최대 재벌가의 미키 리(이미경 부회장 영어 이름)"라며 "미키 리는 특히 영화인들을 비롯해 예술가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의 이런 열정으로 CJ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산업의 '대표격'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국내에서 할리우드에 인맥이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알려진 만큼 그의 수고로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생충의 이번 수상으로 해외 관객들이 우리나라 영화의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