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깡시장·재료' 부동산 특사경 등장에 SNS은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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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이름 바꾸고 호가·시세 언급 금지 등 단속 피하기
국토부 "제재 대상 범위, 법률검토 및 내부 논의 진행 중"
부동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사진. (사진= 박성준 기자)
부동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사진.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집값담합 뿐만 아니라 무등록 부동산 증개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부동산 정보방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던 이들은 메신저모임의 이름을 바꾸거나 은어를 사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등 단체대화방을 이용해 시장 정보를 교류하던 이들은 대부분 방의 제목을 변경했다. 'OO맛집', 'OO팬클럽', '맛동산탐험' 등 부동산 정보와는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이름들로 바꾼 것. 이외에도 '생활정보방', '골동품', '전국맛집'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단톡방에서도 주된 대화 내용은 부동산이었다.

이는 지난 21일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과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국토부를 주축으로 경찰·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24일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함에 따른 것이다. 대응반은 기존 무등록 중개, 탈세, 담합행위, 불법전매 등에 더해 유튜브,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담합 등도 집중 단속에 나섰다.

때문에 정부의 감시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자 단체대화방을 폐쇄하거나 방을 유지하더라도 이름을 변경하고 직접적인 부동산 언급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자체적인 검열 나선 것이다. 한 단톡방 관계자는 전체 공지를 통해 "단톡방도 검열 대상에 들어갔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치 발언은 물론이고 호가, 시세, 특정 부동산을 언급하면 강제 퇴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속을 우려하면서도 은어를 사용해 부동산 정보 공유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용되는 은어로는 맛집(아파트), 깡시장(부동산), 재료(매물), 지에스칼텍스(자이), #(더샵)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어제 OO깡시장에 뿌셔뿌셔 맛집을 보고 왔는데 재료가 얼마 없었다'는 '어제 OO부동산에 재개발 아파트를 보고 왔는데 매물이 얼마 없었다'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정부의 단속이 '자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유튜브, 카페 등에서 자전거래를 하거나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중 대처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면서 "휴대폰의 경우 가계 내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음성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부동산 같은 경우 수억원에 달하는 재화이기 때문에 쉽게 단속을 피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을 올릴 부정적 의도가 있는 모든 행위를 처벌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까지 교란행위로 포섭해 부동산 시장을 위축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투기를 조장하고, 불법적인 행위가 있다면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불특정 다수를 모니터링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관리하는 것은 되레 소통을 막고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제보된 자료들을 분석하고 비교적 증거가 명확한 신고 건들을 선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어느 수준까지 제재할 것인지에 대해 후속적인 법률 검토와 내부적인 논의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 체계를 정비하고, 명확한 단속 가이드라인을 세워 상반기 중으로 보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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