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외주업체 주도로 광고 선정·송출···내부 통제장치 미비
尹, '불법사금융 전쟁' 선포에도···포털 내 불법업체 '활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평소 네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뉴스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던 A씨(36)는 기사 중간에 배치된 한 '배너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놀란 경험이 있다. 해당 광고는 '국민희망대출', '근로자 긴급지원'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불법사채' 광고였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카카오)과 함께 국내 '3대 포털'로 불렸던 네이트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사칭하는 '불법사채 배너광고'가 버젓이 송출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불법광고에서는 공식 금융기관으로 등록된 다른 대부업체나 캐피탈사보다 낮은 '초저금리 대출'로 대환해준다거나 대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트는 지난달 29일부터 앱 뉴스 서비스에서 배너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앱에 접속한 후 메인 화면에 배치된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을 읽을 수 있는데, 기사 본문 중간에 배너광고가 배치되는 방식이다. 광고는 무작위로 송출돼 같은 기사를 클릭하더라도 매번 다른 광고가 나오게 된다.
뉴스 서비스 배너광고는 수익성 다각화를 위한 것으로, 현재는 공식 서비스 출시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측은 일정 기간 동안 테스트를 진행한 후 실제 수익성 개선 등의 효과가 확인되면 향후 공식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기사 본문에 불법사채 등 위법한 광고까지 게재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외주업체에서 광고 사업체 선정·송출 등을 주도하고 있는데, 위법한 광고를 걸러낼 중간 통제장치가 SK컴즈 내부에 없었던 것이다.
본지가 제보 등을 통해 취합한 네이트 뉴스 서비스 내 불법사채 광고 유형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광고에 기재된 업체의 이름(법인명)과 법인 대표자 이름, 사업자등록번호, 법인 주소 등이 모두 등록되지 않은 경우다.
대부업·대부중개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 혹은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되지 않은 업체는 모두 '불법'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대부업체가 공식 업체인지는 금융감독원 '등록대부업체 통합관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첫 번째 광고의 경우 법인명과 대표자 이름, 사업자등록번호 등이 모두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두 번째 광고의 경우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업체명은 검색되지만 그 외 광고상의 사업자 등록번호와 대부중개 등록번호, 법인 주소 등이 공식 등록 정보와 다르게 기재된 사례다. 공식 업체를 사칭한 불법사채 업체일 가능성이 높은데 불법사채 업체가 아니더라도 광고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한 것만으로도 '불법광고'로 간주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또 두 유형의 광고는 모두 △정책자금 지원 △국민희망대출 △저금리 대출 긴급지원 △근로자 긴급지원 대출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신용등급 영향 없는 한도 확인 △생계자금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지원한도가 정해져 있는 정책 상품과 유사하게 대출한도를 제시하거나 올해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불법광고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배포한 '정부지원, 서민금융 등을 사칭한 불법광고 소비자 경고 발령' 자료 내 기재된 사례들과 유사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춰 불법사채·광고 근절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음에도 불법업체들이 포털 안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광고에 대해 "불법사채업자로 강하게 의심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도 "두 업체 모두 불법사채업자로 봐도 무방하다"며 "공식 등록된 합법 업체라고 하더라도 광고필수 표기사항을 대거 위반한 사례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로 하는 언론보도·기사의 특성상 기사 내 배너광고의 송출 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당 불법사채 광고들은 조회수가 높은 스포츠·연예면은 물론 정치·사회면 기사에서도 무작위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SK컴즈 측은 "지난달 29일부터 외부 광고 대행업체를 통해 기사 배너광고를 시범적으로 시행해왔고, 불법 광고를 절대 내보내지 않는 게 내부 방침이고 가이드라인인데 이런 사례가 있어 조치를 취했다"며 "부적절한 광고를 중간에서 걸러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단 의견이 이미 내부에 있어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