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좋고 일반분양 많아 사업성 좋은 탓···각 사 임원들 현장 상주하며 영업
현대건설이 앞서 수주한 3구역 사업 속도 가장 빨라···90% 이주 완료한 상태
사업 본궤도 소식에 지역 집값 몇 억씩 급등···"평당 분양가 1억원 넘을 수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서울 용산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주택 경기 침체로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3파전까지 성사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연일 '최고급 주거 단지' 공약에 나서고 있어 강남 못지않은 고급 단지가 될 거란 기대감에 이 지역 매물 가격마저 급등하는 모습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전체 공사비가 7조원으로 예상돼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3억원 가량 큰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개발 속도가 나지 않다가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개정되면서 최근 속도가 붙었다.
현재 한남뉴타운 1구역은 재개발 구역 해제됐고, 나머지 2·3·4·5구역이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가구 수는 △3구역 6006가구 △5구역 2592가구 △4구역 2331가구 △2구역 1537가구 순이다. 가구 수 탓에 3구역 수주액이 가장 높지만, 1·2구역은 지하철역에 가장 가깝고, 4·5구역은 대부분 평지에 한강과 맞붙어 있어 조망권이 우수한 프리미엄 단지가 될 수 있단 평가다.
3파전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4구역이다. 오르내리는 이름도 쟁쟁한데 아직 입찰지침서도 만들어지기 전이지만 국내 시공능력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1위를 한 포스코이앤씨가 입찰 의사를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높은 것이 유인책이 됐다. 조합은 10월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 총 1조6000억원 규모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015년 이후 한 번도 정비사업 경쟁을 한 적이 없다. 삼성물산은 상징적인 한남뉴타운에 아직 입성을 못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3구역과 맞닿은 4구역을 확보해 한남동 한복판에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려는 계획이다. 현재 양사의 주요 임직원이 현장에 상주하고, 도시 정비 총괄 임원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5구역은 오래전부터 DL이앤씨가 시공권 확보에 공을 들이던 곳이다. 총 공사비는 1조7583억원(3.3㎡당 916만원)에 달하고, 일반분양만 1981가구로 사업성이 우수하다. 제1차 입찰에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하며 경쟁이 불발됐지만 지난달 30일 진행된 2번째 현장설명회엔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6개 기업이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현대건설은 앞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DL이앤씨·GS건설과의 3파전을 이기고 3구역 수주에 성공했다. 이를 위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아예 3구역 주택을 매수한 뒤 직접 '조합원'이 된 자격으로 다른 조합원들을 설득했단 후문이다. 현재 이주 대상인 8700여가구 중 약 90% 가구가 이주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올해 일반분양을 진행하고 2029년 입주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2구역을 수주했다. 단지명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써밋'으로 정했다. 3구역 만큼 사업 속도가 빠른데 2구역은 지대가 높아 변수는 고도제한이다. 대우건설이 롯데건설을 이기고 이곳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도 90m(14층) 제한을 풀고 118m(21층)까지 짓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시와 용산구가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고도제한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계약 당시 약속한 것과 다르다며 시공사 계약 해지까지 갔지만 대우건설이 "프로젝트 이행이 미흡할 시 공사비에서 물가 인상률을 차감하고 착공 기준일을 유예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시공사 해지 위기에서 잠시 벗어난 상태다. 대우건설 측은 118m 건축 가능 여부를 오는 8월 말까지 판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이 지역 남은 매물의 호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4구역 전용 69㎡ 단독이 매매가 21억5000만원에 나와 평당 1억원이 넘는다. 5구역에선 전용 81㎡가 38억원에 나와 마찬가지로 평당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도 한남5구역 전용85㎡(대지지분 41㎡) 매물이 최근 24억원에 거래된 점을 확인했다. 지난해 3월 비슷한 대지지분 43㎡(전용 78㎡) 매물이 20억원에 거래된 점과 비교하면 1년 새 매매가가 4억원 뛴 것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20년간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사업이 현실화하면서 향후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매물들의 가격이 연초보다 몇 억씩 올랐다"며 "최근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이곳 첫 입주가 예상되는 2029년쯤엔 여기 평당 분양가 1억원 수준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파트가 완공되면 인근 고급 단지인 '나인원한남(3.3㎡당 1억3700만원)' 가격과 비슷해질 거란 말도 나온다"며 "요즘 주변에 작은 빌라 매매가도 20억원을 훌쩍 넘고 입주도 몇 년 남아서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