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실수요자 보호"···대출 규제 제동 걸린 은행들, 묘수찾기 '골몰'
이복현 "실수요자 보호"···대출 규제 제동 걸린 은행들, 묘수찾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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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1주택자 일률적 제한 부적절"
은행권, 일부 대출금지 조치 완화 검토
은행별 '제각각'···다음주 교통정리될 듯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수도권 1주택자 주담대까지 규제하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수요자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이에 이르면 다음주 실수요 보호 대출정책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은행들은 투기성 대출을 한층 강하게 조이는 한편,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일부 대출제한 조치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속내는 당국의 대출 및 금리 정책이 종종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하는데다 은행별 여건이 다르고 실수요자를 판단할 기준까지 모호해 볼멘소리와 함께 묘수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를 갖고,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고자 주택을 1채만 보유해도 추가 대출을 중단하는 등의 고강도 조치를 내놓은 데다 은행별로 대출제한 기준을 달리 세운 탓에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다음주 간담회에서 대출 목표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해달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은행권의 월평균 주담대 상환액이 약 12조원인 만큼 연말까지 총 48조원의 재원을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이 원장은 지난 4일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으려 하다 보니 들쭉날쭉한 (대출제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은행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들을 맞춰야 소비자들도 혼란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예를 들어 1주택인 분들도 자녀 진학이나 결혼 등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어야 한다든가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는 가수요나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을텐데 너무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들은 각기 다른 대출제한 조치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조치로 분류되는 '1주택자 대출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의 수도권 내 추가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도 주택구입자금 목적의 주담대는 무주택 세대를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도 무주택 세대에만 제공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6일부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내 추가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하나은행은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취급 한도를 연간 1억원으로 제한했고, 신한은행은 지역 및 주택 보유 여부와 상관 없이 주담대 최장만기를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특히,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전세대출도 은행별로 다른 조치를 적용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신한·국민·농협은행이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매) 등 투기를 막고자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등의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고 우리은행은 무주택자에게만 전세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은행별 대출제한 조치가 다른 것은 연간 대출 목표치와 연말까지 남은 대출 재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올해 경영 목표액 대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은 52.3~376.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은행들이 제한 조치를 통일할 경우 담합 논란도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실수요자 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다음주 간담회를 통해 은행별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과도한 대출규제 조치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해 1주택자에게 전세대출까지 중단해 논란이 됐던 우리은행 측은 관련 조치 수정 가능성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으나 실수요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다음주쯤이면 9월 초 가계대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은행의 어떤 정책이 효과적이었는지도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주 간담회에서는 엄청 새로운 대책이 나온다기보단 가계대출을 적정하게 관리하면서 실수요자는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시행한 은행이 있다면 다른 은행들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실수요자 부담을 키우는 과도한 조치들은 일부 수정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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