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10일 금감원장 간담회서 "실수요 피해 최소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택을 1채만 보유해도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막았던 은행들이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을 허용하는 '예외 조건'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다만, 청첩장, 상속 결정문 등 차주가 실수요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는 등 실수요 여부를 까다롭게 가리기로 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앞서 1주택자에 대한 추가 주담대를 제한하기로 했던 은행들은 실수요자에 한해 '예외 조건'을 두기로 결정했다.
1주택자라도 결혼, 발령, 타지역 전입 등 추가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까지 과도하게 옥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왔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1주택자의 서울·수도권 내 추가 주택구입 자금대출 신규취급을 제한했지만,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존 주택 처분 조건 △결혼예정자 △상속 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수요자에 대한 증빙자료를 까다롭게 요구하기로 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수도권 내에서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처분조건부'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매도계약서와 계약금 입금내역 등을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또 대출 실행일 6개월 내 결혼 예정자가 서울·수도권 내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주담대를 신청할 때에는 청첩장, 예식장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무주택 세대에만 서울·수도권 내 주담대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이 경우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세대원인 부모가 주택을 소유했다면 대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정작 결혼 예정자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불편이 발생했다. 이에 본인 외 부모 등 세대 구성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 대해 예외사항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대출 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는 1주택자도 대출 제한 조치에서 제외된다. 다만, 이 때 은행에 상속 결정문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주담대 생활안정자금은 연간 1억원 한도를 초과해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차계약서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다음달 말까지만 중단하고 이후부터는 다시 운영하기로 했다.
유주택자에게 주담대를 원천 차단했던 신한은행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이날부터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다른 집으로 이사가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를 허용하기로 했다. 신규주택 구입목적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매수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자는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유주택의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라면 1억원을 초과하더라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때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서다.
신용대출도 원칙적으로 대출자 연소득의 최대 100%까지만 내주기로 했지만, 실수요로 확인된다면 연소득의 150%(최대 1억원 이내) 범위 내에서 초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때 예외가 허용되는 실수요는 △본인결혼(혼인신고일로부터 3개월 내 대출·혼인관계증명서 징구) △배우자·직계가족 사망(사망일로부터 6개월 내 대출·폐쇄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사망확인서 징구) △자녀출산(출산 및 예정일 전후 3개월 내 대출·임신진단서 또는 임신확인서 징구) △의료비(수술 및 퇴원일로부터 3개월 내 대출·수술확인서 또는 입퇴원확인서 징구) 등이다.
우리은행도 1주택 보유 세대 중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임차하는 경우(청첩장, 예식장 계약서 등 제출 조건) △대출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 받은 경우(상속결정문 등 제출 조건) 등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예외 요건을 공개했다.
또 1주택자 중 △직장변경 △자녀교육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전세자금대출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 때에도 인사발령문, 재학증명서, 소견서, 법원서류 등 각종 증빙자료를 까다롭게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나·NH농협은행 등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은행들은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성 대출만 막아둔 상태다.
한편,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갖고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고,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심사기준을 은행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으나, 여신심사 강화 관련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수요 구분 관련 심사사례를 발굴·공유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신규 분양주택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여전히 상당수 은행에서 취급이 가능하므로 대출절벽 등 수요자 불편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창구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 교육 및 대고객 사전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매월 대출 신청물량, 상환 예측물량 등을 추정해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신규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