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이서영 기자] "밸류업의 핵심은 소통이고, 기업과 소액주주가 대등해져 대화의 틀이 만들어 져야 합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6일 본지와 만나 올해 시장의 주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밸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자문단에 속해 있는 그는 국내 밸류업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기업과 주주의 대등한 관계에서 오는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밸류업은 주주환원을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의 지난 3년 동안 36%를 주주에게 돌려줬는데, 장기적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투자를 해서 파이를 키우는 게 가치 극대화에 맞다"고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기업들의 상황은 다 다르기 때문에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혹은 매입하거나, 아니면 배당을 키울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소명해야 하며, 이게 잘 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지배주주들과 대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 구조적으로 미국처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며,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여들였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아는 ROE의 상식은 분자인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건데, 미국의 경우 분모인 자본총계를 줄여 ROE를 높인다"며 "물론 그만큼 수익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모델이 그런 방식이 가능하도록 형성 돼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국내 밸류업 지수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으며, 지수 편입 대상이었던 밸류업 공시기업이 적은 만큼 힘든 구간에 놓여 있다. 밸류업 자율·안내공시를 낸 기업은 총 64곳으로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608개 중 2.5%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밸류업 공시를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게 되면, 지수에 편입될 수 있는 종목도 넓어지게 되기 때문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업이 자리를 잘 잡게 되면 국내 주식도 많이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 공시 후발주자들이 참고하기에 가장 좋은 공시로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밸류업 공시를 꼽았다. 밸류업 공시에서 이사회가 많이 참여한 데다가, 후행 피드백이나 점검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들의 밸류업에 대한 기대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바꿔야 한다"며 "투자 하는데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포커싱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기업도 투자자도) 장기적인 시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주식을 장기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정책이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주가가 잘 올라간다고 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경기가 갑자기 성장해서가 아니라 거버넌스가 주주친화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를 진행할 때, 본인이 잘 아는 부분을 쫓아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곳에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면 본인의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센터장은 "개별 종목에 투자한 이후 고민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미래는 알 수 없는 만큼, 본인이 아는 걸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걸 잘 모르겠다면 시장의 대표지수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다만 대표지수에 투자할 경우, 선진국, 지배구조가 좋은 나라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