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건설경기 침체라는데···시멘트-레미콘 희비 교차, 이유는?
[초점] 건설경기 침체라는데···시멘트-레미콘 희비 교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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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시멘트사 영업익 최대 80% 상승, 레미콘은 반토막
'시멘트 값 인상' 덕 본 시멘트 vs 원가구조 악화한 레미콘
단가 놓고 '건설업 vs 시멘트' 싸움 중간에 낀 레미콘 '난처'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지난해 시멘트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시멘트업계는 실적이 동반 상승한 반면, 레미콘업체들은 실적이 급감한 모습이다. 특히 문제는 시멘트 가격을 놓고 건설업계과 시멘트업계 간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레미콘사들이 실적 회복을 노리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19일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5개 시멘트업체(개별)의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다. 가장 영업이익이 높게 뛴 건 성신양회다. 성신양회는 올해 3분기 37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07억원) 대비 80.5%나 상승했다. 이어 △한일현대시멘트(647억원‧67.7%) △삼표시멘트(725억원‧59.0%) △쌍용C&E(567억원‧27.0%) △한일시멘트(171억원‧12.8%) 등 순으로 올랐다. 

시멘트업체들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매출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으나 시멘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지목된 유연탄값 안정화와 함께 단가 인상 효과가 지속되면서 원가구조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과 함께 대부분 회사의 매출총이익도 증가했다.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11월 단가 인상 효과가 적용된 데다 원가 절감 노력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 상황에서 매출은 감소했으나 단가 인상 효과가 일부 반영되고 유연탄 가격 안정화와 순환자원 사용률 증대 통한 원가절감, 고정비 감축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구노력을 통해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성신양회와 한일현대시멘트의 경우는 지난해 환경설비 투자로 인한 시설 개보수에 따라 봄철 성수기와 시멘트 대란으로 출하량이 급증한 타사 대비 출하량이 적었던 데 대한 기저효과라고 밝혔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지난해 봄에 시멘트 대란으로 타사는 수출 물량을 돌려 내수 출하를 한 것과 달리 당사는 시설 개보수로 인해 재고가 부족해 출하가 좋지 않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일현대시멘트 관계자는 "지난해 환경시설투자로 생산량이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고 올해는 생산량을 정상화한 데 더해 시설투자로 인한 공정 효율화와 폐열 가동 시작으로 전기료 절감 등을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했다.

이처럼 단가 인상으로 원가구조가 개선된 시멘트업체들과 달리 레미콘 회사들은 실적이 처참한 수준이다. 실제 유진기업 3분기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9%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동양은 92억원으로, 75.1%나 떨어졌다. 아주산업 등은 별도 실적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올해 1월 단가 인상 시 시멘트가격 상승과 운송비,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분을 다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가 인상을 했음에도 그 효과가 미미했다"면서 "원가구조가 악화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반토막 이상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기간 시멘트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3% 감소한 아세아시멘트도 사업 부문에 레미콘 등이 포함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레미콘 부문 매출액은 809억원으로, 전년 동기(1095억원) 대비 26.1% 감소했다. 

아세아시멘트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영업이익이 괜찮았으나 전력비나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3분기 들어 이익이 줄었다"면서 "타 회사들과 달리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사업부를 별도 분리하지 않은 레미콘 부문이 적자가 컸고 전년 대비 하락한 레저사업 등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멘트 단가 인상이 업계 실적 희비를 갈랐다고 본다. 앞서 시멘트 가격은 지난 3년간 4차례 인상됐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종 시멘트 톤당 가격은 2014년 7월 이후 동결돼 오다 2021년 7월 7만8800원으로 5% 인상됐다. 2022년 4월 9만800원(18%), 같은 해 11월 10만 4800원(13%)으로 뛰더니 2023년 10월엔 11만2000원(7%)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시멘트 값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단 점이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에 의존하는 시멘트업계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고 실제 2021년 호주산 유연탄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자 단가 인상을 강행한 것이다. 이후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점차 하락하면서 국내 시멘트 값 인하 목소리가 커졌고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 간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 "유연탄 가격이 내려갔으니 시멘트 값을 내리는 건 당연하다"는 건설업계 주장과 "산업 전기료가 10% 인상되면서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 늘어났고 유연탄 가격은 인하됐지만 친환경 설비 투자로 인해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시멘트업계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갈등의 여파는 레미콘업계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레미콘 단체와 제조사들에 '시멘트 단가 인하 협상 추진'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레미콘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 시멘트업계와 단가 인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달라는 내용이다. 시멘트를 구입해 레미콘을 만들고 그 레미콘을 다시 건설 현장에 팔아야 하는 레미콘업계로선 중간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건설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중간에 낀 레미콘업계 입장에선 탈출구가 없는 긴 터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 협상력이 열악한 가운데 원가 연동에 따른 납품가 반영도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건설사가 시멘트 단가 인하를 놓고 레미콘업계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양 업체 사이의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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