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전기차 판매 1위 닛산 사쿠라 수요 흡수 전망도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차 일본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HMJ)이 내년 초 현지 시장에 보급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EV(현지명 인스터EV)를 선보이며 판매 촉진에 나선다. HMJ는 캐스퍼EV 앞세워 5년 내 판매량을 10배 가까이 늘린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MJ는 내년 1분기 현지 시장에 보급형 전기 SUV 캐스퍼EV를 내놓는다. 캐스퍼EV는 너비가 1610밀리미터(mm)에 불과한 소형차로, 폭이 좁은 일본 도로 환경에 최적화한 차량이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국내 인증보다 긴 400킬로미터(km)에 이를 전망이다. 통상 일본 정부의 전기차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우리나라보다 길다.
HMJ 측은 "캐스퍼EV는 HMJ가 그간 현지 시장에 내놓은 제품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차량"이라면서 "작은 차체 덕분에 폭이 좁은 일본 도로에서 편히 몰 수 있고, 또 주행가능거리도 긴 편이기에 많은 이의 선택을 받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올해 선보인 준중형 전기 SUV 코나EV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나EV의 현지 시작가는 399만엔(약 3600만원)이다.
현지 업계는 캐스퍼EV가 일본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닛산 사쿠라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값은 더 비싸지만, 주행가능거리가 두 배가량 길어서다. 사쿠라는 259만엔(약 2400만원)부터 시작하고, 1회 충전으로 180km를 달릴 수 있다.
현지 경제지 니케이는 "사쿠라의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은 1만9714대"라며 "캐스퍼EV의 긴 주행가능거리가 구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면, 사쿠라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시메지 토시유키 HMJ 상무는 "합리적인 가격과 긴 주행가능거리를 갖춘 보급형 전기차는 높은 진입 문턱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캐스퍼EV를 촉매제로 삼아 2029년까지 판매량을 5000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2년간의 공백을 깨고 지난 2022년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입한 현대차는 올 10월까지 526대를 파는 데 그쳤다. 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 준중형 전기 SUV 코나EV 등 일본 도로 환경과 맞지 않은 차량을 내놓은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