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1기 때와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는 여러 상황이 1기 때와 달라졌고 또 처음과 달리 자신의 정책방향에 적합한 인사들로 정부를 구성할 여유와 능력이 생겼기에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단 2기 트럼프 정부는 1기 때에 비해 훨씬 다듬어진 비전을 갖춰 출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들이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기간 중 내놓은 공약들 가운데 외교적으로는 반전주의자의 이미지가 가장 두드러졌지만 경제·산업 관련 공약들은 얼핏 보면 여전히 어수선해 보인다.
경기부양, 금리인하, 관세인상, 물가안정 등 한 꿰미로 꿰기에는 모순돼 보이는 공약들이 그 방향성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인선되는 면면들을 보면 그간 트럼프의 관심권 밖에 있었던 신산업 분야를 미국경제 부흥의 핵심 키로 활용할 가능성을 드러낸다.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맞춰 미국 주도의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그런 트럼프의 뜻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인사가 정부효율성위원회(DOGE)를 새로 신설하면서 일론 머스크를 그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이다.
임명되자마자 일론 머스크는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무료로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논의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여 현재의 공무원 숫자를 1/4 정도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즉, 명실상부 작은 정부를 만들어 재정지출을 줄임으로써 정부투자를 줄이지 않고도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눈에 띄는 작은 실천의 하나일 뿐이며 사실은 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임기 중에나 이번 선거기간 중에는 러스크벨트의 민심을 크게 의식하고 미국내 제조업 부활을 주장해왔지만 새로운 임기 중에는 투자 자본들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AI개발에 힘을 실어주며 정부 운영에서부터 빠르게 AI로 인력을 대체해나갈 것이라는 게 그 하나다. 돈이 몰리는 곳에 미래가 있다는 것은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일인 만큼 AI가 미국이 가장 강점을 가질 산업임을 인식하게 됐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를 달러 파워를 지킬 새로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인하를 주장해온 트럼프는 독립적인 연방준비제도(FDA)와 편치 않은 관계인데다 이미 실생활에서 블록체인 거래 비중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어떤 대비도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한국만 해도 총무역거래액의 10% 가량이 스테이블코인 거래라는 최근 보도도 나왔다. 또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에서는 그 비중이 70~80%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에서는 주로 소규모 무역거래를 하는 동대문상가 상인 등이 이런 거래를 주로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가 관리의 틀을 갖추게 되면 그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를 활용하는 이들은 환전비용이 낮고 사무처리가 편리하며 세금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그 장점을 설명한다고 한다.
크립토월드에서 현재 가장 큰 규모의 거래소는 USDT로 1천300억달러(우리 돈 약 200조원) 규모에 달하며 그 다음이 USDC로 350억 달러(우리 돈 약 40조원) 규모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달러 거래를 함으로써 미국으로서는 이 존재만으로도 달러의 권위를 유지,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만큼 미국으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다.
1기 트럼프 정부가 낡은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낡은 산업프레임에 갇혔었다면 2기 트럼프 정부는 신산업의 선점우위를 명확히 확보하는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다른 어떤 정책과 요구보다 더 긴장하고 대처해나가야 할 대목이다.
국내 정치가 어수선하다보니 이런 세계사의 흐름에서 한국 정부가 또다시 한걸음 뒤처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 한걸음의 차이가 종종 수십년의 격차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