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안보 등 고려사항 많아···적용관세율 낮추기 주력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정부도 '새 판 짜기' 대응을 준비중이다.
30일 산업계와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 2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에 대응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FTA에 따라 실효 관세율이 0%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왔다.
하지만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유지됐던 캐나다·멕시코간 '무관세 시장'이 당초 예고처럼 지난 4일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단번에 무너지자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자신들에 대한 관세 부과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조세나 법률, 검역 등 비관세장벽까지 고려하고 있다.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더티15(Dirty 15)'라고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는 동맹국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 교역 기준 무역적자 규모는 중국 2954억달러, 멕시코 1718억달러, 베트남 1235억달러, 아일랜드 867억달러, 독일 848억달러, 대만 739억달러, 일본 685억달러, 한국 660억달러 등이다.
이 때문에 상호 관세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추가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과 같은 품목별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25% 이상의 관세가 적용된다.
캐나다·멕시코나 유럽연합(EU) 등은 보복관세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이미 미국에는 최대한의 영향을 미치고, 캐나다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보복조치에 나서겠다며 시행 계획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 멕시코도 보복 관세 부과 등 강경 대응에 변함이 없다. EU는 4월부터 2단계에 걸쳐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적용관세율을 낮추는 데 주력해 경쟁국들 대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율이 25%로 정해진 가운데, EU의 상호관세율이 25%가 되고,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율은 15%가 된다면, EU산 자동차에 비해 10% 수준의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그래도 한국은 동맹국이자 같은 편이라고 인식을 가진 것으로 느껴진다"며 "이런 인식이 상호관세에도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볼 때 삼성·SK·현대차 등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새 판 짜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가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면 열려있다"고 말해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 26일 현대차그룹은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도 327억달러(4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정인교 통삽교섭본부장은 "4월 2일 관세가 최종 관세가 아니다.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가 어떤 패키지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