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수입 자동차(내달 2일 예정)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내달 2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된 25% 관세에 이어 세 번째로 시행되는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뜻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는데,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약품 관세 부과도 사정권에 들면서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대미 수출액은 39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3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은 37억4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4.2%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 시장 판매 예정 제품에 대해 약 9개월분의 재고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미국 내 판매분에 대해서는 그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지 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완제약을 생산해 오고 있으며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1년 치 재고를 미국에 다 쌓아놔 관세 압박을 피할 예정"이라며 "셀트리온은 미국 위탁생산(CMO) 업체를 통해 완제품을 만든다. 원료 의약품은 관세율보다는 제조 원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기존 공급망에 더해 미국 내 추가 생산 시설 확보를 수년 전부터 추진해 왔으며, 이를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책 변화와 관세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캐나다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내에도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대응해 엑스코프리 생산시설을 미국 내로 옮길지 주목된다.
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대체 의약품 없는 '혁신 제품'이라 비용 증가를 약가 인상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다. 혁신 의약품은 비용 부담이 늘어나도, 대형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어 관세부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의약품 수출이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공장에서 자사 제품이나 타사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대응책을 내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전통 제약사들도 관세 영향을 피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롤베돈', GC녹십자 '알리글로', 대웅제약 '나보타' 등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 사정권에 놓여있다.
반면 유한양행 '렉라자'는 존슨앤존슨에 기술 이전을 통해 미국 내에서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 관세 부과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다만 원료의약품의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 제조되는 원료의약품의 약 30%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관세 부과가 진행되면 원료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외한 대다수 국내 제약사는 미국 시장보다 내수 시장 위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어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