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인사 시즌 앞두고 '각자대표 체제'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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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7월 도입 후 3분기 실적 '합격점'
미래에셋·KB, 각 부문 전문성 발휘·시너지
여의도 증권가 일대.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여의도 증권가 일대.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정기 인사철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각자대표 체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증권사가 다룰 수 있는 영역과 상품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김종민 대표를 새로 맞으며 각자대표 체제로 조직을 개편한 메리츠증권이 3분기 성적표에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업계 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강자로 분류된다. 수익도 대부분 IB부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PF시장 부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 운용 전문가인 장원재 기존 대표가 세일즈-트레이딩(S&T)과 리테일 부문을 담당하고, 김 대표가 IB부문을 담당하면서 전문성을 높였다. 

3분기 메리츠증권은 서울 종로구 공평지구 PG대출 리파이낸싱 1조2000억원, 한양증권 M&A 인수금융·인수확약(LOC) 1040억원 등 IB부문에서 큰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자산운용 등에서는 순영업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나 늘어 5013억원을, 위탁매매와 자산관리도 각각 4%, 19% 늘어난  528억원 278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증권사를 보면 메리츠증권 외에도 각자대표체제를 채택한 곳이 다수 존재한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2년 각자대표 체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뒤에는 각자 대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자기자본이 약 6조6300억원에서 지난해말 약 11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가 전문경영인 2기 체제로 세대교체를 이뤄내며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법인을 이끌면서 확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인도 현지 증권사 인수도 성공하면서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했다. 허 대표 역시 개인용 국채 판매 대행기관에 단독 선정되는 등 리테일 부문에서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2017년 현대증권과의 합병 이후 WM부문과 IB부문을 따로 맡아오고 있다. 특히 김성현 대표는 KB증권을 IB 리그테이블 최상단에 올려놓는 등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홍구 사장이 맡은 WM부문 역시 자산규모가 60조원을 넘는 등 호실적을 견인해 KB증권의 수익성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교보증권이 IB/WM 총광에 이석기 대표, 경영지원/운용총괄에 박봉권 대표를, SK증권이 전우종, 정준호 각자대표를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대표체제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주식거래나 금융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시장과 기업 등에 거액의 자금을 공급한다거나, 수백~수조원 단위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등 사업 영역이 넓고 깊어지고 있어 대표 한 사람이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확대되고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는데다 상품이나 딜 내용이 어려워 전문성까지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각 부문별로 장을 두고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잘 모르는 사업을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각자대표가 맡은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발탁 전 부터 추진하던 사업도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며 "협업을 할 경우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언급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1300억원 규모의 운용손실 사고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각자대표 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산한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으나 이영창 대표가 물러나면서 지난부터 김상태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현재 IB 분야 전문가가 단독대표를 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독대표 체제에서는 피로도가 심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업계가 성장하고 비대해질수록 3인, 4인 각자대표 체제로도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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