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상필벌? 신상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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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을 제외한 4대 그룹(삼성·현대차·LG)의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완료됐고, 중견그룹들 역시 인사 시즌에 돌입했다. 

올해 임원 인사의 주요 방향은 '신상필벌'이다. 공로가 있으면 상을 주고, 잘못했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의미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 목공의 국정 경영 방침이 시초다. 

이후 신상필벌은 국가는 물론 기업에서도 인사 평가의 기준처럼 적용됐다. 성과를 낸 이에게 상을 주고, 잘못한 이는 불이익을 줘 국가와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올 연말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복합 위기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생존'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그러나 신상필벌이 아닌 '혈연'을 통한 승진도 눈에 띈다. 재벌가 오너 일가 자녀들의 '초고속 승진'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8) 전무는 지난 28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에도 부사장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GS그룹에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아들인 허서홍(47) GS리테일 경영전략SU장(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GS그룹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등 4세대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면 세대교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의 방계기업인 LX그룹에서는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37) LX MDI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의 방계기업인 농심그룹 역시 3세들이 올 연말 인사를 통해 승진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31) 미래사업실장 상무가 전무로, 장녀인 신수정(38) 음료마케팅팀 책임은 상무로 승진했다. 1993년생인 신상열 전무는 농심 입사 5년 만에 전무로 올라섰다. 

해당 기업들은 3·4세 오너 일가들의 빠른 승진에 대해 대외변수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책임경영을 위해서란 해명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다. 지난 한 해 성과를 내고도 경영 불확실성과 대외변수란 명분으로 승진에서 누락된 이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업에 가장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성과를 낸 이들이 승진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더 뽐내며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지만, 3·4세들의 승진으로 인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진 목공은 신상필벌을 잘 지켜 왕위에 오른 지 단 10년 만에 진나라를 '춘추오패' 중 가장 강력한 국가로 키워냈다. 하지만 진 목공 사후 자손들은 신상필벌 대신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 그 결과 춘추오패 중 가장 강했던 진나라는 '삼진(위·조·한)'로 분열했고, 왕위 역시 빼앗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동의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기에 경기침체는 길어지고 있고, 금리와 환율은 역대급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삼고초려'와 '신상필벌'이지, 경영승계가 아니다. 

서종열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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