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지난 한해 소매판매는 연말까지 11개월을 연속해서 감소했다. 빚으로 빚을 갚는 것조차 힘든 한계상황에 직면한 개인들이 급증했다. 개인회생신청 건수는 2022년까지는 연 10만 명을 넘지 않았지만 2023년 11만1633명, 2024년에는 11월까지 11만9508명까지 급격히 늘었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액은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분기 평균 10조원 미만으로 2022년 1/4분기에도 9조8352억원에 그쳤지만 이후 빠르게 늘어나 2024년 3/4분기에는 17조602억원으로 급증, 금융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팬데믹 기간조차 13조5494억원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빠르게 연체액이 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변화다.
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채무 변제액은 그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늘었다. 2021년까지는 4000억원 전반 수준이었고 2022년에도 5076억원에 그쳤지만 2023년 1조7126억원으로 그야말로 폭증세를 보였지만 2024년에는 7월까지의 변제액을 연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아예 2조477억원으로 2년 연속 앞자리 수가 변하는 기적(?)을 보였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2022년 2/4분기까지 1조285억원에 그쳤으나 2024년 3/4분기 4조2889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법인 파산신청 건수도 11월 누적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848건, 22년 897건에서 2023년 1509건, 2024년에는 1745건으로 역시 급증했다.
대기업들이야 어떻게든 정부에서 방어해주고 또 금융기관에서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어 경기부진에도 버틸 수 있지만 파산신청 법인들은 대개 중견기업 이하 소기업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기업대출 연체액 역시 2022년 1/4분기 11조6000억원에서 2023년 1/4분기 26조4000억원으로 늘더니 2024년에는 아예 1/4분기 43조원, 2/4분기 42조7000억원, 3/4분기에는 46조9000억원으로 늘었고 연체를 발생시키는 기업 거의 대부분은 역시 중소기업들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 정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30개월간 159조5000억원에 그쳤던 재정적자 증가액이 윤석열 정부 들어 241조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중앙정부 채무증가액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30개월간 189조9000억원이었던데 비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30개월간 154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 부채가 줄어든 것이 얼핏 보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분식회계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각종 기금을 꺼내 쓰고 한국은행 일시 차입을 반복하는 형태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재정운영을 하는 파행적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인 결과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적자 속에서도 정부 부채는 줄이는 기형적 운영을 하는 동안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폭은 또 문재인 정부 2년간 156조3000억원에 비해 윤석열 정부 2년간은 236조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이 규모는 GDP 대비할 때 3.07%p에서 5.45%p로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해괴한 재정정책이 국가 성장률을 깎아먹는 형국인 것이다. 물론 성장률 자체도 이미 지난해 1%대 중반으로 주저앉았지만 어쨌든 총액은 늘었음에도 부문별 부채 증가는 그 증가분을 월등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GDP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득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2021년 대비 2023년 실질 개인소득은 -1.14%에서 -2.3%로 더 큰폭으로 줄었다. 2021~2023년 기간 중 GDP가 연평균 2.1% 증가율을 보이는 것에 비해 개인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은 개인의 삶이 얼마나 궁핍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소득 전국 평균 감소 상태를 실질적 금액으로 따져보면 26만4000원씩이나 줄었다는 게 통계청 자료를 통해 증명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주가 하락까지 겹쳐 순자산 역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소득까지 줄어들면 그만큼 국민의 희망도 줄어든다.
그럼에도 정부는 당장 며칠 만에 들통 날 거짓된 수치를 들이밀며 억지로 낙관론을 펼친다. 9월말까지 경제 낙관론을 펼치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대통령권한대행은 연말이 돼서야 간신히 경제 하방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말았다.
주가수익률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질 때도 한국만 쭉 빠지고 있던 터에 계엄정국까지 맞아 이제는 아예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조속히 타개해야 할 대통령권한대행은 머뭇머뭇 어깃장이나 놓고 있으니 국민 속만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