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75%' 고수익 보장···건설사, 자체사업 강화 나선다
'원가율 75%' 고수익 보장···건설사, 자체사업 강화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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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급 단지 중 자체 사업건 절반
도급 공사원가율 102%···할수록 적자
시장 평가 긍정적···PF의존 낮출 수 있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사업인 광운대역세권개발(서울원아이파크) 조감도. 서울 동북권 최대규모의 복합문화시설과 3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 (사진=HDC현산)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사업인 광운대역세권개발(서울원아이파크) 조감도. 서울 동북권 최대규모의 복합문화시설과 3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 (사진=HDC현산)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지속된 수익성 악화에 건설사들이 '자체 사업'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자체 사업이란 주택 토지 매입부터 사업 시행, 시공, 분양, 운영 등 모든 과정을 건설사가 직접 담당하는 방식이다. 사업이 잘 풀릴 경우, 단순 시공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변수가 많고 책임이 무겁다는 점, 손실도 전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 중 자체 사업 물량은 7만7157가구(53%)로, 일반 정비사업 물량 6만8973가구(47%)보다 약 1만 가구 많다. 자체 사업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정비사업 물량은 크게 줄었다.

시장 침체가 지속된 최근 2년간 건설사들은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순 도급, 시공만 위탁받는 방식을 다수 채택해 왔다. 주택 사업의 리스크를 시행사, 금융사, 신탁사 등 시장의 이해관계자가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단순 도급 방식이 건설업의 성장성을 낮춘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시공 품질 저하 등의 문제 외에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갈등과 이로 인한 사업 지연, 순수익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익이 감소하면 결국 업계에 재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처음엔 도급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졌지만, '채무인수 책임준공제', 경기 저하 등과 맞물리면서 리스크가 다시 건설사에게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통 건설사들은 자기 자본 대비 2배 내외, 신용도가 좋지 않으면 3배까지의 책임준공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률이 좋을 때는 상관없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도급 리스크가 건설사에게 너무 크게 돌아온다"며 "시행사가 있어도 해결이 어렵고, 결국 사업 지연과 미분양에 대한 손실을 시공사가 대부분 책임지게 돼, 웬만한 도급 공사에 대한 이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발표된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보고서를 보면 2022~2023년 연평균 도급 공사 원가율은 102.3%였다. 원가율이 100% 이상이면 공사를 해도 적자가 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위해 자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자체 사업은 모든 과정을 건설사가 토지 매입부터 사업 시행, 시공, 분양, 운영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큰 자본력과 리스크에 대한 책임이 요구된다.

지난해 공급된 자체 주택 사업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서울원 아이파크'였다. 사업비 4조50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곳은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대형 병원, 쇼핑몰, 오피스, 호텔 등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개발된다. 특히 HDC현산은 일부 주거 단지와 상업 부지 운영 사업을 병행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현금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준공 후 본사도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상반기 자체 주택사업에서 24.2%의 매출 총이익률(원가율 75.8%)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총이익률 9.1%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반도건설 역시 자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건설사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자체 사업장인 경기 고양시 장항지구 '카이브 유보라'를 분양했다. 1694세대 아파트와 단지 내 상업시설 '시간(時間)'이 계획돼 있다. 연면적 4만1314㎡에 키즈 콘텐츠, 대형 서점, 다이닝, 리테일샵 등 브랜드 몰이 들어설 예정이며, 반도건설 직영몰 입점도 계획돼 있다.

나신평 보고서는 반도건설에 대해 "업계의 공사원가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나, 반도건설은 자체 사업장의 우수한 예정 원가율 및 공사 잔액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영업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건설에 따르면 자체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통해 평균 75% 내외의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블랑 써밋 74',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 파크',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 등 대형사 중 비교적 많은 자체 사업 물량을 공급했다. 회사는 현재 부산 광안대교 인근 '메가마트 부지'를 개발하는 자체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길 건너편에 바로 옆에 1384가구 규모의 '더비치 푸르지오 써밋'이 자리해, 메가마트 부지 개발을 통해 일대를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중견기업 중에는 시공능력 순위 23위인 대방건설이 지난해 공급한 아파트 중 100%가 자체 사업지(6개 단지) 물량이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설사들의 자체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행사의 저자본 고보증 구조의 위험성을 줄이고, 수익성 증가로 인한 분양가 안정, 상징성으로 인한 시공 품질 향상, 지역 인프라 개선, 후분양제 시장 속도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가 사업에서 자기 자본을 확충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금융비 절감은 분양가 인하와 선분양제 필요성을 낮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건설업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최종적으로 누가 지느냐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며 "앞으로는 시공사와 시행사, 대주 간 관계가 과거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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