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확실성 제거 긍정적···우리나라 기회는 제한적 전망"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공언해 온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이 국내 기업의 새로운 수주 기회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당장 재건 사업이 우리 기업에 유리한 기회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시각으로 지난 21일 새벽 2시(미국 시각 20일 정오) 취임식을 통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동맹국을 포함해 사실상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건설사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에 따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을 지속적으로 공언해 온 만큼, 이와 관련한 재건 시장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주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을 공약했으나, 최근 들어 이를 6개월 이내로 수정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석유 산업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졌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재건이 본격화될 경우 2033년까지 약 4863억 달러(약 670조7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주택(803억 달러) △교통(737억 달러) △에너지(471억 달러) 등 인프라 분야에서의 재건 수요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민·관 합동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대표단(원팀코리아)'을 구성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당시 대표단은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기본계획 △카호우카 댐 재건 지원 △철도노선 고속화(키이우~폴란드) 등 6대 재건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업계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국내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일부 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계 장비, 발전,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재건 관련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공항 확장 공사 협약을 체결했으며, 대우건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대비해 폴란드건설협회 및 현지 3위 건설기업인 ERBUD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식될 경우, 지금까지 상황을 모니터링해 오던 국내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치솟았던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수요가 국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호재가 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 종식으로 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재정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적 자금이나 원조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술력과 자금력 면에서 우리나라보다는 인근 유럽 선진국들의 경쟁력이 더 높아 국내 기업들의 기회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