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폭락, 트럼프 관세 부과 등 일시 반영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상승하며 1450원을 재돌파했다. 연휴기간 축적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불확실성과 딥시크 쇼크로 인한 위험회피심리가 일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1조2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원화 약세를 가속화시켰다.
설 연휴가 끝난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직전 거래일인 지난 24일 대비 21.4원 오른 달러당 1452.7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1458.3원) 이후 6거래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상승세는 연휴기간 대내외 변수들이 일시에 반영된 결과다. 먼저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통상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기술주 관련 불확실성도 반영됐다. 지난 27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고효율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상보다 매파적인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민간소비 호조 등의 이슈들이 일시에 반영됐다. 이에 지난주 초 106.8pt선까지 후퇴했던 달러인덱스는 이날 108pt를 재돌파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6.0원에 개장했다.
다만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외국인들의 증시 매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조23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0.77%나 하락한 2517.37로 마감했다.
딥시크 쇼크로 인한 매도심리가 국내증시에서 일시에 소화되면서 장중 외국인들의 대규모 증시 자금 이탈이 발생했고, 이는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딥시크 이슈나 트럼프 관세 등 재료는 이미 역외에서 반영됐다. 1440원 중반에서 출발한 것이 그 예"라며 "1450원을 돌파한 것은 외국인 증시 매도 여파다. 예상보다 매도심리가 강했고 연휴 전처럼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없어 상단을 저지할 재료가 부재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실제 관세 부과 여부를 지켜봐야하지만 단기적으론 환율이 뛸 여지가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약달러 쪽으로 흐르겠지만, 1~2분기까진 이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