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줄줄이 경신한 가운데, 4분기 개별 기준으로는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효과에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왔지만, 계리적 가정 조정과 폭설·한파로 인한 손해율 악화 등이 반영되며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간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1.1%, 14.0%씩 증가한 2조2603억원, 2조767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 두곳의 실적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3조7388억원)을 상회하는 역대급 실적이라는 평가다.
이어 한화생명의 경우 8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DB손보 역시 일년새 6.8% 성장한 1조8608억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순이익의 경우 1조7105억원으로 9.3%나 성장했다. 현대해상의 경우 순익 8505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8.1%나 성장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4분기만 놓고 보면 정반대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현재 세부 실적이 공개된 금융지주계 보험사 5곳의 순익을 살펴보면 연간 순익 합계는 1조6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 증가했지만, 4분기 개별 순이익은 1428억원으로 일년새 64.4%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연간 순익 8385억원을 기록, 지주계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KB손보의 4분기 순익은 995억원으로 40.7%나 줄었고, KB라이프도 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7%나 급감했다.
신한라이프의 4분기 순익도 613억원으로 60.2%나 줄었으며, 하나생명은 아예 적자전환했다. 다른 주요 보험사들 역시 지난해 역대급 실적 속에도 4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실적이 급감하게 된 핵심 배경은 계리적 가정 조정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 가정을 적용해 실적을 부풀렸단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국이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저해지·단기납종신보험의 해지율 조정과 연말 계리적가정 변경 등이 일거에 반영되며 보험계약마진(CSM)의 대규모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낙관적 가정들이 적용되며 3분기까지 호실적을 이어온 기저효과까지 반영돼 전분기 대비 실적 악화가 부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폭설·한파 등으로 지난 11~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12월만 놓고 보면 차보험 주요 4개사의 평균 손해율은 93.0%로 전년 동월 대비 7.4%p나 악화됐다.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82% 수준을 크게 웃돈 수치다.
여기에 독감 등 계절성 질환이 유행하며 보험금 청구가 늘었고, 이로 인해 예실차가 악화된 점 역시 4분기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의 무해지 상품 해지율 제도 강화와 한파·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부진으로 보험손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여기에 독감 등이 유행하며 보험금 청구도 증가했고, 일부는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반영되며 순익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