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유로화 약세, 탄핵선고 지연 등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간밤 1470원을 돌파하며, 50여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 속 유로존 성장 둔화 전망이 유입되며, 유로화 약세에 기반한 달러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시 지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원화 약세를 더욱 심화시켰단 지적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7.6원 오른 달러당 1466.5원에 개장했다. 전일 상승분(5.5원)까지 합하면 이틀새 10원 넘게 상승했다. 간밤엔 1470원을 돌파, 지난 2월 3일(1472원, 고가) 이후 최고치를 경신키도 했다.
해당 상승분의 기본 배경은 유로화 약세에 기반한 달러 강세다. 전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이 유럽연합(EU)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시, 유로존의 성장률이 0.3%p(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EU가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확대(0.5%p)와 함께 성장률이 0.5%p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직후 EU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보복조치였던 미국산 위스키 50% 관세 부과를 지연시켰다. 다만 유로존 성장 우려가 고개를 들며 전일 1.091달러를 상회했던 유로화는 장중 1.082달러선까지 급락한다. 반대로 전일 102pt선에 진입했던 달러화는 장중 103.7pt까지 상승하는 강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환율 급등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장기화된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계속 지연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오는 24일 선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는 빨라도 다음 주 중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서재 신한은행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선 탄핵 기각·인용보다 그 후가 중요한데, 이번주로 예상됐던 탄핵 심판이 다시 다음주로 미뤄졌다"며 "단기적으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다. 판결에 따른 국민반응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어제 아시아 장 후반부 유로·파운드가 많이 빠졌다"며 "안그래도 상방재료에 취약한 원화인데, 달러 반등재료가 나오니 열성적으로 쫒아가는 형국이다. 해외주식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퇴로(하단)도 막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최근 1개월간 주요 통화 절하폭을 보면 원화는 터키 리라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크게 떨어졌다"며 "두 통화 모두 자국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다. 최근 환율 급등분은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원화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결과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