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대 투자자 소송, 증권사가 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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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10명 중 1~2명은 증권사 소개"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자들의 소송에 증권사들이 일부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 회피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해당 증권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주주 소송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두 곳이다. 지난해 경영진 편법 상속 손실로 주주대표 소송을 건 A 기업과 같은 시기 분식회계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 B 기업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을 증권사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하며 A기업을 상대로 주주 소송을 문의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찾아왔다"며 "큰 손(거액투자자)의 돈을 A기업에 굴리다가 손실을 보게 돼 찾아오게 됐다"고 전했다. 증권사 차원에서 보상해줄 수 없으니 소송이라는 해결책을 택했다는 것.

B사 소송건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이었다. 모 증권사 과장이라고만 밝힌 증권사 직원이 직접 소송 의뢰를 했고 법무법인까지 직접 선임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이 '큰 손' 몇 분의 고객이 있는데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고객들을 잃지 않기 위해 소송에 나서는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미 법률업계 공공연한 비밀처럼 이어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주주들의 소송 의뢰인들을 보면 10명 중 1~2명은 증권사에서 보내서 왔다고 했다"고 귀뜸할 정도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이 증권사 신분이라고 밝히거나 소송 의뢰인이 말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지만 최근 의뢰인 역시 '증권사에서 보내서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증권사들은 주주 소송단을 꾸려주거나 일정 부분 소송 비용을 대주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특별한 경우 소송 경력이 많은 법무법인이나 '유명한' 증권사를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증권사가 소송을 주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소송 주선이 고객 이탈 방지 효과가 있다. 더 큰 이유는 소송 대상을 기업으로 돌려 자칫 증권사를 상대로 거는 소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평판'이 중요한 증권사 입장에서 소송은 승패와 관계없이 부담이다.

그동안 이같은 상황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작업'이 모두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조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지점 직원들이 본사에 알리지 않고 자신의 개인 사비를 털어 소송 관련 비용을 대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고객과 직원들 사이에서 진행될 경우 증권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고객들의 소송을 대신해 준다는 일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만일 그렇다면 비용이 있을텐데 어떻게 회계에 반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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