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신용카드 추가대책 '반신반의'
투신권 신용카드 추가대책 '반신반의'
  • 임상연
  • 승인 2003.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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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가격산정, 만기-상환기간, 자금 운용사 선정 등 문제 산적
카드사 자본확충 등 유동성 확보 지연시 금융혼란 재연될 수도.
브릿지론 운용사 선정놓고 물밑작업 본격화.


카드발 금융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일 단기 유동성 지원 및 카드채 만기연장을 골자로 하는 신용카드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등 카드사와 투신사를 제외한 금융기관이 총 5조원 규모의 브릿지론(사실상 채권안정기금)을 조성, 6월까지 만기도래하는 투신권의 카드채(10조4천억원)를 매입하고 나머지 5조4천억원은 만기연장하게 된다. 또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과 연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카드채도 카드사 정상화 시점까지 만기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방만경영과 미흡한 금융정책으로 발생한 카드사의 부실 문제를 은행 증권 보험 투신 등 전금융권에 고통을 분담시키는 것으로 문제해결 여부를 떠나 차후 정부나 금융당국, 카드사들도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신용카드 추가대책 조차도 실효를 거두려면 전제돼야 할 조건들이 많고 실질적인 해법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 투신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정부가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한 재원조달 방식으로 선택한 브릿지론(사실상 채권안정기금)이 투신권의 만기도래하는 카드채를 어느 정도 금리에 매입하느냐는 것이 문제다.

단순히 시장유통 금리로 카드채를 매입할 경우 카드채 편입비율이 높은 펀드나 MMF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다소 진정된 환매사태가 또 다시 되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MMF는 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시가평가로 전환되도록 돼 있어 대규모 환매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투신사 채권담당자는 현재 유통시장에서 카드채 거래가 매우 부진한 상태고 금리도 다소 높아 정부의 발표대로 시장금리를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카드채 전용펀드처럼 채권시가평가사들이 제공하는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각 운용사별로 다르지만 카드채 전용펀드의 채권 매입 금리는 대체로 6.5%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신용카드 추가대책 발표 이후 투신사 사장단은 브릿지론으로 매입해주기로 한 카드채의 적정가격 산정을 위한 회의를 가졌지만 각 운용사간 입장차이가 커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실무진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에, 카드채 가격 결정을 위임한 상태이다.

브릿지론으로 매입할 카드채의 잔존만기와 만기연장 조건, 자금(자산)운용사 선정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브릿지론으로 매입한 5조원의 카드채를 카드사가 기존 상환일정에 따라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자, 신용공여한도 조정 등을 통해 카드사들이 단기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5월말~6월 사이에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매입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신사들이 이달부터 만기가 시작되는 카드채의 환매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투신사들간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릿지론의 카드채 매입후 남는 5조원 규모의 채권을 만기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브릿지론으로 조성된 자금을 운용할 (자산)운용사 선정도 이권이 달린 문제여서 쉽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일부 운용사와 판매사들은 환매사태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 및 은행들을 상대로 물밑작업을 벌이는 등 치열한 눈치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채 문제 해결의 관건은 카드사의 유동성 확보 여부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브릿지론, 카드채 만기연장 등으로 카드사의 단기적인 자금압박은 해소될 수 있지만 이는 카드사의 자본확충과 신용공여한도 조정 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낙관할 형편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 대형증권사 카드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단 시간을 벌고 자금압박에서 벗어난 점이 카드사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며 하지만 증자, 신용공여한도 조정 등이 제대로 안될 경우 만기연장 부담을 안고 있는 투신권의 환매사태가 재연되는 등 금융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17일 카드정상화방안으로 카드사의 2조원 증자가 발표될 때도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던 업계에서는 최근 5조원으로 늘어난 자본확충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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