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뒤집힌' KB 징계…초유의 경영공백 사태 치닫나
'또 뒤집힌' KB 징계…초유의 경영공백 사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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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제재심 파기…회장·행장 중징계 결론
이건호 행장 '사의'…KB금융 "비상경영체제 가동"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중징계'로 상향 조정되면서 'KB 사태'가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지난 수개월간 지속된 'CEO 리스크'를 딛고 회사 경영정상화 과정에 돌입한 시점에서 징계 수위가 또다시 번복돼, 향후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이 행장, 중징계 발표 직후 '사의'…임 회장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지난 6월 사전 통보했던 '문책경고(중징계)'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는 이날 확정된 반면, 임 회장에 대한 징계 결과는 이달 말경에야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임원에 대한 징계 절차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이 행장은 금감원이 중징계 발표 이후 1시간 만에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앞서 이 행장은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거취와 관련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며 "제가 범죄행위라고 판단한 부분을 덮어놓고 넘어갈 수 없었던 것처럼, (은행장이)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던 것도 덮어놓을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원장이 브리핑 직전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김중웅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 자리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의 판단이 징계 수위 조정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이 금감원의 제재 발표 이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사회의 뜻에 따르겠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임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더군다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주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해 임 회장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한 만큼, 임 회장 또한 자진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행장의 책임이 임 회장보다 가볍다"며 "(금융위와) 구체적으로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금감원의 생각이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더라도 남은 임기는 채울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는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 할 수 없다. 사실상 금융권 '퇴출 선고'나 다름없어, CEO가 중징계를 받는 경우에는 조직 혼란을 감안해 자진 사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 KB금융,  경영정상화 의지 표명…'동반사퇴' 가능성?

이와 관련 KB금융지주는 금감원의 제재 결정과 관련해 △주전산기 교체 관련 부당압력 행사 △인사개입 등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KB금융지주는 "그동안 더 큰 내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다"며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제재심의 결과가 충분히 최종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도록 할 것"이라며 "KB의 경영 공백을 메꾸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을 이끄는 두 수장의 '동반 사퇴'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KB 경영정상화 과정은 다시 험난해지게 됐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잦은 사건 사고와 중징계 사전통보, 주 전산기 교체 논란으로 인한 내홍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바 있다.

상반기 KB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 점유율은 20.5%로, 전년 말 20.9%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5462억원으로 대형 은행들 가운데 하위권 수준이고, 생산성도 2551만원으로 가장 낮다. 지난달 22일 제재심에서의 경징계 결정 이후 수익성과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갑작스러운 CEO 공백으로 주요 사업 추진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 행장과 임 회장의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의 결정으로 잘못이 바로 잡힌 지금, 남은 당사자들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임 회장은 더 이상 경영공백과 혼란을 초래하지 말고 물러나야 하며, 제재심의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초래해 금융감독기관의 권위를 땅바닥까지 떨어뜨린 최 원장 역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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