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韓 수학-금융 연계 교육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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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식 부족할수록 부채 많아"…관련 교육은 전무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의 이론 중심 수학 교육 방식에 따른 학생들의 '수학 포기' 현상이 사회 진출 이후 필요한 금융 지식에 대한 무지를 양산해 '생활(인생) 포기'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규 교육과정에서부터 효율적인 경제 생활을 위한 금융·수학 연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금융경책연구위원은 25일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수학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도입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갖고 이같은 주장을 내놨다.

◇韓 수학→금융→생활 포기로…금융충격마다 자살률 급증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OECD는 지난해 금융역량과 수학적 역량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연방정부 주도의 조사에서도 금융지식이 부족할수록 부채가 많고 금융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 결과가 확인됐다.

한국의 경우 금리가 28.3%에 달하는 저축은행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의 숫자가 7만명을 초과했으며, 1인평균 대출액수도 35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총 학자금대출 부채액수는 10조7000억원으로 전체 GDP의 1% 수준인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학자금 대출 뿐만 아니라 가계 부채 문제도 심각해 부모세대의 가계부채가 세대간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적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료=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그는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 중 많은 수가 금융을 포기했고, 금융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경제 교육과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은 '3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학생때부터 수학을 '쓸모없는 공포의 과목'으로 인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학이 금융의 맥락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美 금융교육 1950년대부터…韓 경제과목 선택 1%대로 급락

그가 제시한 금융 불안과 자살률의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정작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당사국인 미국의 경우 당시 자살율이 오히려 종전대비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는 수학과 금융의 연계를 통한 교육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1% 이자율이 변화했을 때 대출 이자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 환율이 오르고 내리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등 금융환경 변화에 달라지는 개인 금융 선택에 필요한 지식은 우리 정규 과정에 사실상 누락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1950년대부터 금융교육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달라스 정기교육 협의회 등을 통해 금융교육자 운영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며 "HIGH SCHOOL ECONOMICS·MATHEMATICS ECONOMICS 등이 공립학교 정규과목으로 편성돼 교육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 한국 학생들의 수능 경제과목 선택 비율이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쳐 경제 교육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제지리·상업경제 폐지를 계기로 지난 2010년 21.57%에 달하던 경제 선택비율은 올해 1.42%로 급락했다.

미국 국민들이 30%의 자산을 주택에 투자하고 있으나, 우리 국민은 75% 이상의 자산을 주택에 투자하는 '몰빵'형 재테크 형태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가 과중한 우리 경제 속에서 국민들은 80%에 달하는 자산을 주택에 쏟아붓고 있어 미국의 서브프라임과 같은 부동산 위기가 발생하면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이과 통합, 금융·수학 연계 포함돼야…가정 교육도 중요

이에 따라 우리 국민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 진출 이후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관련 나눗셈과 화폐의 시간가치, 대출이자 개념, 원리금 계산, 분산투자 개념, 위험과 수익의 관계 등 수학을 근간으로한 실질적인 금융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문·이과 통합 사회과목에 금융부문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문과가 물리, 화학을 배우고 이과가 사회,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과 수학의 연계 과목을 문·인과 과목을 함께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독일의 한 여학생이 SNS를 통해 '나는 5개국어로 된 시를 해석할 수는 있지만 예금통장을 만들고 집을 살 줄은 모른다'는 글을 올려 독일 사회가 발칵 뒤집힌 일례가 있다"며 "금융 교육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성인 이전의 금융 교육에 있어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큰 돈은 부모가 맡아주는 문화를 싹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성인식 때 통장을 만드는 것을 조건으로 많은 자금을 주고 직접 관리토록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가정 내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세뱃돈을 활용한 적립식 펀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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