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통위에 쏠린 눈…'4~5월 금리인하론' 고개
3월 금통위에 쏠린 눈…'4~5월 금리인하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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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지난달 하성근 금통위원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으로 8개월 만에 '만장일치' 금리동결 기조를 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3월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일단은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기축통화국의 금리 결정이 수일 뒤로 예정돼있고 글로벌 금융불안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이달 역시 기준금리가 연 1.50%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새해 들어 수출과 내수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경기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는 점은 추가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놓지 못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 진입 우려와 함께 재정·통화정책의 '총력' 대응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금통위원이 교체되는 4~5월의 인하론도 제기되고 있다.

◇ECB·BOJ·FED 경계…外人 자금이탈 우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0일 향후 한달 간 운용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0.25%p(25bp)씩 인하해 사상 최저치인 연 1.50%로 조정한 이후 올 1월까지 7달 연속 만장일치 동결 결정을 내려왔다. 2월에도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하성근 금통위원이 25bp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기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강하게 우려하면서 '인하' 전망 쏠림을 진화한 바 있다. 2일 발표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조정의 긍정적 효과는 다소 불확실한 반면, 이에 수반되는 부작용과 잠재적 위험은 높다"거나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정책 여력만 소진할 수 있다"며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109명 중 72.5%는 이달 기준금리가 연 1.50%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의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가계부채 문제 등의 금융불안 요인이 금리 인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하를 점친 전문가는 27.5%로 전월(1%)대비 크게 확대됐다.

특히 3월 금통위 직후에는 1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와 14~15일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15~16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개최된다. 금통위 직후 주요국 통화정책 결과가 변수로 남아있는 데다 그 여파도 예측할 수 없어 섣부른 금리 인하 결정이 어렵다.

이달 들어 환율이 연초 수준으로 진정됐고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순매도세가 잦아들었지만, 시장 불안 완화가 워낙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금리 인하 결정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에도 아파트 집단대출과 함께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주요 경기지표는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내외 금리차 축소와 함께 외국인의 원화 증권 자금 이탈 경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진정된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아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위기 대응론' 고개…"적정 기준금리 1.5%보다 낮아"

한은이 저금리 정책에 대해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일 뿐"이라며 과도한 통화 완화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추가 인하 가능성 역시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의 금융시장 안정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금융위기보다는 실물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추가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구성의 금통위원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4월이나 금통위원 4인이 교체된 5월께에도 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 지속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둔화 가능성 시사', 1월 '완만한 회복' 등의 판단에서 크게 후퇴한 기조다. KDI에 따르면 2월까지 수출은 14개월 연속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월 설비투자는 5.5% 급감했고,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심리 등 내수 지표 회복세 역시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홀로 금리 인하를 주장한 하성근 위원은 "수출 하락세가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내수 개선 흐름과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상당폭 하회할 것"이라며 "새로운 대내외 여건에 부합되는 기준금리 수준은 현재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금리 동결을 주장한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의 실물경기와 물가흐름 등은 우리 경제의 적정 금리수준이 소폭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것에 비해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며 "일본과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됐다면 선제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이 요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금통위의 경우 최근 금융 안정세가 일시적인지 근본적 기조 변화인지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당장 금리를 동결한 후 4~5월께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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