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협의회 "집단교섭 요구, 이례적"…14일 재개 예정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산업노동조합의 첫번째 산별중앙교섭이 결국 파행됐다.
금융노조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노사 상견례와 1차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용자협의회 측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교섭 방식에서부터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한 상황이라, 오는 14일로 예정된 교섭에서도 협상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교섭방식부터 입장차 '첨예'
그간 금융노조는 지난달 말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을 포함해 모든 사측 대표자가 이번 교섭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사용자협의회는 전체 회원사가 참석하는 '집단교섭'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탈퇴한 금융공기업에 교섭 참여를 강제하기 어렵고, 집단교섭 방식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사용자협의회의 설명이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교섭권을 갖고 있는 대표자들이 전원 상견례에 참석해 교섭 권한을 위임하는 절차를 치러야 했지만, 지난 2010년 사용자협의회가 생긴 이후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그간 70~80여차례의 교섭 가운데 회원사 대표가 모두 참석한 경우는 2~3차례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논의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교섭일이 다가왔고, 결국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상견례 시간이 지나도 사용자 측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교섭은 파행 수순을 밟게 됐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교섭 방식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일방적인 요구에 응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 "교섭 파행 책임은 금융위·사측에"
이날 교섭이 파행되자 금융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산별교섭 파행의 모든 책임은 금융위원회와 사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모든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집단교섭 방식은 2000년 산별 금융노조의 출범 이후 계속해서 이어진 노사의 오랜 전통"이라며 "금융공기업의 탈퇴 선언과 교섭 방식을 핑계삼아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노측의 법적 교섭권은 금융노조에 있고, 7개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어떤 사용자라도 금융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섭을 거부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산별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금융공기업이 기관별로 노조와 개별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자체가 부당한 행위다. 전혀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금융노조라는 큰 틀 안에서 산별노조 체제로 움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7개 금융공기업 임원을 불러 직접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요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공무원이 산별노조 파괴를 시도한 직권남용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노사관계를 파탄낸 금융위원장과 금융정책국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기업에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용자협의회 소속 9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7개는 금융위 소속, 2개는 국토부 소속이다"라며 "금융위 산하 기관들만 일제히 탈퇴를 선언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 증거"라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권이 이미 간접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에 대해서는 "금융노조가 성과주의 전체를 100%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성과주의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서 어느정도의 성과주의 문화가 필요하다면 노사간의 자율적 조율을 통해 추진해야 하지, 일방적, 강압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가 교섭에 불참할 경우 총파업전진대회 등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금융노조가 교섭의 전제 조건으로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이 참여할 것'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임단협이 개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금융노사 입단협은 매년 4월 첫째주께 개시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달 14일에 다시 교섭을 갖자고 요구한 상태"라며 "집단교섭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지만, 노조 측과 교섭 방식에 대해 합의를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