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부, 조선업 공급과잉 진단에도 '땜질처방'
[초점] 정부, 조선업 공급과잉 진단에도 '땜질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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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머스크사의 대형 잭업리그. (사진=대우조선해양)

설비, 플랜트 조정 업계 자구안 수준
대우, 삼성重, 현대重 '빅3'체제 유지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에 대해 과잉공급 진단을 내리고도 소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과잉설비 감축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추가적인 공급능력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빅3 체제를 빅2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단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2018년까지 조선 빅3의 인력과 도크 수를 각각 32%, 23% 줄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 6월 조선 빅3가 내놓은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비핵심사업과 비생산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유동성 확보 방안도 되풀이됐다.

조선업 부실의 원인인 해양플랜트는 철수가 아닌 사업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저가수주를 방지하겠다는 원론적인 해법만 제시했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해양에게는 '진통제' 처방만을 내렸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민영화 및 인수합병(M&A) 등 산업재편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해 놓인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방안도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주인 찾기'를 통해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대주주 등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또 영국의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 자료를 인용하며 2011년~2015년 한국의 공급능력 감축률은 중국 및 일본의 71~78%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의 조선사 수는 2010년 3000여개에서 지난 1월 300여개로 줄었다. 일본도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바마리조선소, IHI 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셜조선의 M&A 등 설비 감축 및 대형화 추진이 활발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을 공급과잉으로 진단해 놓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없는 이번 방안은 피 묻히지 않고 수술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기 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를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맥킨지는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고, 빅2로 재편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대우조선이 강력히 반발하자 정부는 맥킨지 보고서 내용을 "참고용"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번 방안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애초에 빅2로의 재편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객관적인 평가'를 내세우며 맥킨지에 의뢰해 놓고도 '참고용'이라고 평가 절하한 것은 컨설팅 자체에 대한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빅2 개편 등 구조조정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개별 기업의 규모는 시장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빅3 또는 빅2체제 등으로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대우조선의 정리는 기본적으로 채권단이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 국민경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황보승면 부산대 조선해양플랜트연구센터 교수는 "컨설팅 의뢰는 '정부가 잘하고 있다'라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규모를 줄여서 살린다 한들 한국이 지속적으로 조선업 세계 1위를 할 수 있느냐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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