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된다. 

하지만 최근 을지면옥, 양미옥 등 을지로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철거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이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이미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도 있어 향후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됐지만 조 단위의 보상비와 개발비가 들어가는 사업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다, 2010년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근처에 고층 건물 건립 반대에 나서자 동력을 잃었다. 그러다 시가 2015년 세운상가 재생사업인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재생 바람이 불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제조업의 잠재력을 활용해 '메이커스 스페이스'로 만들겠다며 홍보했다. 

정비구역은 10개 구역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공구 거리를 포함한 3-1·4·5 구역은 지난해 관리처분인가가 나면서 올 초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갔다. 현재 을지로 3-1, 3-4, 3-5구역은 80개 동 중 33개 동 이상이 철거된 상태다. 이곳엔 재개발을 거쳐 최고 2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3-2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보상절차를 앞두고 있다. 해당 구역 내 땅 소유주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고, 보상이 완료되면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철거가 진행된다. 3-2구역에는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을지면옥, 대통령 맛집으로 잘 알려진 양대창 전문점 양미옥, 1980년대 다방의 추억을 간직한 을지다방, 1957년 영업을 시작해 60여년 역사를 뽐내는 돼지갈비 음식점 안성집 등 서울을 대표하는 노포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을지면옥을 비롯한 일대 땅 소유주 14명은 재개발에 반발하며 2017년 7월 중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엔 땅 주인 75%가 동의하면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관리처분까지 통보되면 철거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 '재개발로 을지면옥 등 노포들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다'라는 반발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그런 것이 보존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역사적인 부분, 전통적으로 살려야 할 부분은 잘 고려해서 개발계획 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일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을지로 일대 재개발 관련해 많은 우려와 질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울의 역사와 시민의 추억이 담긴 곳은 당연히 보존돼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같은 박 시장 발언에 인허가권을 쥔 중구청이나 재개발 지역 상인, 토지주 등이 혼란을 겪고 있다. 중구청은 "이미 공사가 진행된 곳도 많고, 보존 가치에 대해서도 형평성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인들이나 토지주들도 찬반 양측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에 대해 시가 직권 해제 등으로 재개발 사업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인가가 난 구역을 시장이 직권 해제했을 때 벌어질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과거 종로구 옥인동 일대 옥인 1구역을 한옥 등 역사 문화적 가치가 크다며 직권 해제한 사례가 있지만 을지로 지역은 노포가 없어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 직권 해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박 시장의 을지로 재개발 전면 재검토 관련 '용산참사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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