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인화의 LG'에서 '강한 LG'로 그룹 색을 바꾸고 있는 구광모 회장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고 올해는 한상범 부회장이 임기 전 사임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재계에서는 안정보다는 파격 인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기존 부회장단의 거취와 임원 승진 폭 등이 이번 인사에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LG그룹은 28일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부회장단 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부회장들을 유임시켰던 구 회장이 취임 2년 차인 올해 변화를 주며 자신만의 색깔을 각인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에는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 부회장을 제외하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주)LG 부회장, 지난해 새로 합류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5명의 부회장이 있다.
그룹 콘트롤 타워를 맡고 있는 권 부회장과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신 부회장을 빼면 나머지 부회장들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먼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조 부회장은 최근 구 회장에게 개인 사유 등 이유로 사의를 표했지만 구 회장이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부회장 스스로 세대교체의 대의를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상 최대 실적은 거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실적이 나쁘지 않아 교체할 명분이 적다.
구 회장은 그러나 올해도 부회장 5명 전원 유임을 통해 변화보다는 조직안정에 방점을 두고 인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세적인 인사 단행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기업문화를 실리추구형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구 회장이 올해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인사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외부 인재를 수혈하며 혁신적인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 구 회장이 올해도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변함없는 혁신 인사 기조를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구 회장은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도 공격적이다.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도 전투적이다. 순혈주의도 깨뜨렸다. 대표적으로 3M 출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들 수 있다. 신 부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첨단소재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사업재편 중이다.
이에 올해 역시 파격 인사를 단행하거나,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장이나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깜짝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그룹 전반을 관통하는 인사 키워드는 변화·안정·실용주의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