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대기업 총수일가 자녀 세대가 지난 5년간 그룹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주식 비중을 확대하며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기업집단 동일인(실질 총수)이 창업 1~2세대 총수 위주의 평균 1.7세대였다면 현재 3~4세대 총수일가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평균 2.0세대로 전환이 이뤄졌다.
2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총수의 자녀세대가 5년 전보다 지분을 늘린 곳은 전체의 55%인 30개로 집계됐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에서 자녀 세대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대림그룹이다. 2014년에는 핵심 계열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총수일가 주식자산(7780억원) 중 65%를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나머지 35%를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과 이해승씨가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이해욱 회장 52.3% 등 총수일가 주식자산의 100%를 자녀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진(한진칼)과 OCI(OCI㈜)는 자녀 세대의 지분이 각각 46.2%P, 41.2%P 증가했다. 또 호반건설(㈜호반건설) 32.5%P,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테크놀로지그룹㈜) 31.9%P, LG(㈜LG) 29.9%P, LS(㈜LS) 23.6%P, 현대자동차[005380](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가 22.8%P 늘었다.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지주) 16.5%p, CJ(CJ㈜) 16.2%p, 효성(㈜효성) 15.0%p, 한화(㈜한화, 에이치솔루션) 14.4%p, 다우키움(다우데이타, 이머니) 14.1%p 등도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새 자녀 세대 주식 규모가 부모 세대를 뛰어넘은 그룹은 LG와 한진, 대림, 호반건설 등 4곳으로 조사됐다. LG와 한진은 구본무, 조양호 회장의 사망으로 자녀에게 승계가 이뤄졌다. 대림과 호반건설은 자녀 세대가 지주사 등 핵심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통해 주식자산 비중을 높였다.
호반건설은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을 흡수합병하면서 자녀 세대인 김대헌 부사장이 ㈜호반의 주식을 ㈜호반건설 주식으로 교환받아 지분율 54.7%의 단일 최대 주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 주식(2조5878억원)의 71.9%(1조8615억원)를 김대헌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대림과 롯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등 세 곳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주식자산을 100% 자녀 세대가 보유했다. 삼성·태영·현대백화점·KCC·애경·효성 등 15개 그룹도 자녀 세대가 보유한 주식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거나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래에셋을 비롯해 카카오, 한국투자금융, 네이버, 셀트리온, 넷마블 등 14개 그룹은 부모세대의 주식자산 비중이 100%였다.
이번 조사 대상 55개 대기업집단 동일인의 경우 2014년은 평균 1.7세대로 창업 올해는 평균 2.0세대로 내려왔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기업집단 동일인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조 사장은 최근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