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표' 오픈뱅킹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엇갈린 생존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자체 앱(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추는 등 일제히 앱 고도화에 나섰다.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 오픈뱅킹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 대비 파격적인 금리우대를 내세운 특판에 나서며 금리노마드족(높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별도의 앱이 없거나, 있더라도 인지도가 낮다 보니 '직접 유입'보다는 '간접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73개 저축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 앱(SB톡톡+)이나 자체 앱을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6개 저축은행도 전산 개발이 완료된 곳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오픈뱅킹이란 소비자가 하나의 금융사 앱에서 자신의 모든 은행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러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접속할 필요 없이, 가장 편한 앱을 골라 계좌 조회·이체 등의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SBI·웰컴·상상인 등 '특화 서비스' 줄줄이 선봬
오픈뱅킹 시장에 편입됨에 따라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은 나름의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오픈뱅킹 서비스를 오픈한 SBI저축은행의 경우 'SBI스마트뱅킹'과 '사이다뱅크' 두 모바일플랫폼에서 각각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특히 '사이다뱅크'에 금융권 최초로 급여순환이체 기능을 담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담았다. 급여순환이체 서비스는 여러 계좌에 급여이체 실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단 한 번의 시작계좌와 남길금액 설정을 통해 5개의 계좌에 순차적으로 이체를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매월 급여일마다 실적달성을 위해 금융사별로 이체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SBI저축은행 측은 "오픈뱅킹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급여순환이체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 저변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체 앱 '뱅뱅뱅'에서 오픈뱅킹 관련 준비를 마치고 서비스 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조회·이체 서비스 외에 예약이체와 간편이체, 무료신용조회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 외에 챗봇과 계열사 연계 서비스, 체크카드 도입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전날 '웰컴디지털뱅크'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웰컴저축은행도 지난 3월 모바일 앱 개편 때 '쭉이체', '계좌서랍' 등 서비스를 추가, 오픈뱅킹에 발을 맞춰왔으며,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에 맞춰 모바일뱅킹 플랫폼 2.0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신규 판매채널 확보한 중소형사···"금리 장점 부각"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특판과 경품 이벤트 등으로 고객몰이를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신규 판매채널을 확보하게 된 만큼, 높은 예·적금 금리 등의 장점을 부각하면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는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를 기념하며 7월2일까지 2개월간 연 10%(세전, 기본+우대금리)의 적금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을 모집한다. 가입금액은 월 최대 10만원(만기 12개월)으로 저축은행 통합 앱 SB톡톡플러스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및 특판 적금에 가입한 뒤 제휴카드를 신청하면 된다. 적금 및 제휴카드 가입은 저축은행 창구에서도 가능하다.
참여은행은 IBK, 고려, 대백, 더케이, 동원제일, 드림, 머스트삼일, 민국, 예가람, 오성, 우리, 조흥, 진주, 키움, 키움예스, 평택저축은행 등 16곳으로, 대다수가 별도의 자체 앱이 없는 곳들이다.
업계는 오픈뱅킹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수록 이들의 상반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성고객'을 노리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간접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중·소형 저축은행은 고금리를 내세우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저축은행 업계에 기회이자 위기"라며 "시중은행의 플랫폼에 종속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 특별한 서비스로 차별화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생존이 중요한 중소형사들은 금리로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