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신한라이프도 헬스케어 진출
이용자 접근성·편리성 등 위험요인
[서울파이낸스 우승민 기자] 내년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앞둔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헬스케어사업 진출을 선언한 KB손해보험, 신한라이프의 경우 카카오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할 헬스케어 CIC를 설립한다. CIC는 카카오의 기술과 디지털 역량, 이용자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와 스마트 의료 등 차별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펼쳐갈 계획이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 기관들과 협력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헬스케어CIC 대표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겸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처럼 카카오가 헬스케어사업을 진출하면서 보험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헬스케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자회사 설립, 다양한 서비스 출시 등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카카오마저 헬스케어 시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고령사회를 맞아 헬스케어 시장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건강·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발병 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걷기 운동'과 보험 상품을 직접 연계하거나, AI(인공지능)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운동 습관이나 임신·육아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지난해 말부터 보험 계약자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건강관리 서비스가 허용된데 이어 지난 7월부턴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에 대한 빗장도 풀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KB생명·한화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는 심평원에서 공공 의료 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 역시 헬스케어 사업에 공들여 왔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은 지난 10월 자회사 'KB 헬스케어'를 설립하고, 기업고객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 및 고객 건강관리 목표 달성 지원을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라이프 역시 헬스케어 자회사인 '신한큐브온'을 설립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설립 본인가 절차만 남은 신한큐브온은 신한라이프의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서비스인 '하우핏(Howfit)'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문제는 카카오가 이용자 편의성과 접근성 등을 앞세워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시장에선 타깃을 어떻게 잡고 서비스를 하느냐가 관건인데, 보험업계가 카카오의 접근성 등을 따라잡기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기도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건강관리지만,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어떤 고객군을 잡을지가 사업의 관건"이라며 "카카오는 데이터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접근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보험업계 입장에선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