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4.7% '뚝' 820선 후퇴···원·달러 환율 15.1원↑1280원대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미국발(發) 최악의 물가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이 공포로 물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4%대 급락, 1년7개월 새 최저치로 고꾸라졌고, 원·달러 환율도 15원 이상 치솟으며 1284원까지 올라섰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91.36p(3.52%) 내린 2504.87로 닷새 연속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일보다 45.66p(1.76%) 하락한 2550.21에 출발한 뒤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오후에는 낙폭을 더욱 확대하며 2500선 초반까지 밀렸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2020년 11월13일(2493.87)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투자주체별로 7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이 5006억원, 기관이 2181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6680억원어치 사들였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매수, 비차익거래 매도 우위로 총 2815억11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주 말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5월 CPI 지수 발표에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물가 정점론 후퇴 및 우려가 가속화됐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시현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강한 금리 인상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투자심리가 한껏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CPI 8.6%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전망치(8.3%)와 전월 상승률(8.3%)을 웃돈 수준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오는 14∼15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까지 밟을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외에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부진했다. 홍콩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695.92(3.19%) 떨어진 2만1110.26에 마감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3.01%)와 대만 가권지수(-2.36%), 중국 상해종합지수(-0.87%) 등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의료정밀(-6.85%)을 비롯, 건설업(-5.18%), 서비스업(-4.96%), 기계(-4.83%), 섬유의복(-4.27%), 운수장비(-4.13%), 철강금속(-3.99%), 운수창고(-3.88%), 증권(-3.79%), 금융업(-3.76%), 비금속광물(-3.73%), 유통업(-3.42%), 화학(-3.35%), 종이목재(-3.28%) 등 일제히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선 대장주 삼성전자(-2.66%)가 닷새 연속 하락하며 52주 신저가(-2.66%)를 갈아치웠고, LG에너지솔루션(-2.35%), SK하이닉스(-4.35%), 삼성바이오로직스(-3.08%), NAVER(-5.93%), LG화학(-3.60%), 삼성SDI(-1.96%), 현대차(-5.15%), 카카오(-4.49%) 등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99개가 하락 마감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유일하게 보합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81곳)이 상승 종목(42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6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도 고꾸라졌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09p(4.72%) 내린 828.77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17.12p(1.97%) 떨어진 852.74에 출발한 뒤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고,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확대하며 830선마저 내줬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4일(826.97)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외환시장도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68.9원)보다 15.1원 뛴 128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6일(1284.1원) 이후 약 1개월 만에 1280원대로 올라섰으며, 오름폭으로는 지난 4월29일(16.6원) 이후 한 달 반여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주말간 상당폭 레벨을 높였음에도 장중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날 환율은 역외환율시장에서의 급등한 수준을 반영해 11.1원 갭업한 1280.0원으로 개장한 직후에도 1280원대 중반대로 레벨을 높였다. 오후 장중에선 20원 가량 올라선 1288.9원까지 폭등하면서 1290원도 위협했다. 다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과 함께 시장안정화(스무딩 오퍼레이션) 조치 물량으로 추정되는 네고(달러 매도) 물량으로 1290원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외환시장 역시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서프라이즈 속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 및 국채금리 급등 여파에 휩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롱(매수) 베팅을 주저하던 기관들도 상황이 급변하면서 롱포지션으로 이동했으며, 외인들의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여파로 국내 증시가 추락한 점도 환율 상승압력을 더욱 높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로 보면 이번 달 FOMC의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가능성은 종전 3.6% 전망에서 무려 40.3%로 높아졌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2년물 기준으로는 0.25%p 상승해 3%대를 돌파했으며,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도 현재 104.5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긴축 공포가 극심했던 지난달(10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3%를 넘어선 가운데 최근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진 달러인덱스도 재차 고점을 쫓아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당폭 올라섰다"면서 "단, 오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은 고(高)환율 방어 의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이었다. 한국은행에서도 당분간 물가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발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FOMC 이후로는 급등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