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후순위채보다 유상증자 우선 고려해야"
"블랙스완도 우려"···세부 리스크 요소에 대응 주문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현재 우리 경제에 경기침체 우려와 공급부족 등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그레이 스완(Gray Swan)'이 가시화됐다며 재무건전성 관리와 보험소비자 보호를 당부했다. 그레이 스완은 알려진 상황이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지속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말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업계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등 주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대표 20명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금리 급등, 환율 상승에 따른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쓰고, 보험소비자 보호와 취약계층 지원에도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은 채권 평가손실 증가로 이어지면서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보험사 RBC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 보험사의 RBC비율은 209.4%로 전분기말(246.2%) 대비 36.8%포인트(p) 하락했다. 금리인상 가속화와 채권값 하락에 따른 손실 발생 등으로 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5년 3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 원장은 자본확충 방법에 대해서는 후순위 투자보다 유상증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부동산 PF대출과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최근 RBC 제도 개선은 자본적정성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되지만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보험회사에서는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를 실시하는 등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PF대출과 대체투자 관련 건전성 지표들은 양호한 수준이나,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중단 사태 발생 등으로 PF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증가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시 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며 "부동산 PF대출 관련 여신감리(Loan Review)를 강화하고 대체투자 관련 자산 건전성 분류의 적정성에 대해 자체적인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보험소비자 보호에 대해서는 "보험산업은 소비자 신뢰가 매우 중요하지만 금융민원 중 보험민원이 58%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실손보험 관련 의료자문과 부지급 증가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데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실손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자문에 대한 공정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리상승기를 감안해 취약차주의 보호도 강조했다.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출되는지 살피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복현 원장은 "경기침체 우려, 공급부족 등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그레이 스완이 시야에 나타난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도 우려되고 있다"며 "세부 리스크 요소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