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7원 넘게 빠지면서 15거래일 만에 1200원대로 내려섰다. 간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점과 통화긴축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탓이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13.3원)보다 17.2원 내린 1296.1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 7일(1299.8원) 이후 1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하락 폭은 지난 5월 30일(17.6원↓) 이후 가장 컸다.
이날 환율은 간밤 FOMC 결과 발표 이후 떨어진 역외환율시장의 레벨을 반영해 7.3원 내린 1307.7원으로 출발했으며, 장중 내내 하향 시도를 이어갔다. 수급에서도 네고(달러 매도) 물량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300원 밑을 뚫어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장 마감 전으로 하향 돌파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결국 1200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무엇보다 간밤의 FOMC 결과가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결과였다. 여기에 추후 금리인상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리스크온'(위험자산선호) 심리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갈수록 누적되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고, 이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금리인상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근원 인플레이션을 주목하며 긴축 가속도 조절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면서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은 최근 3개월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 동력이였던 연준의 돋보적인 긴축 속도를 희석시키는 재료이며, 가이던스가 부재한 가운데 9월 FOMC와 관련한 롱(매수)베팅 움직임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달러의 방향성이 강세가 진정되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106선 초반까지 내려왔으며,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이날 기준 2년물(-5bp)·10년물(-2bp) 모두 떨어졌다. 엔화도 달러당 135엔까지 내려서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지지했다. 유로화는 러시아 가스공급 축소 여파로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면서 강세폭이 추가로 확대되진 못했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지난달 FOMC 직후 금융시장 내 움직임이 하루 새 뒤집히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물가 오름세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시장 내 커지고 있으며, 실제 갤런당 5달러까지 올라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미국 휘발유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정점이 6월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현재의 연준이 과거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처럼 빠르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닐 것"이라면서 "달러가 하향 전환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에서 고점을 본 뒤로 1200원대 하향 돌파 시도가 이어지면서 1290원, 1280원 순으로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