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345.5원···천장 뚫린 환율, 당국 개입 '역부족'
1달러=1345.5원···천장 뚫린 환율, 당국 개입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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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원·달러 환율, 5.7원 오른 1345.5원 마감
더욱 강해지는 '슈퍼달러'···금융위기 이후 '최고'
'패리티' 깨진 유로화, 달러화지수, 연고점 임박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일주일 새 43원 넘게 뛰며 1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환율 급등세에 놀란 외환당국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시장 내 영향력은 미미했다. 여기에 당분간 '슈퍼달러'를 억제할 재료도 부재해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39.8원)보다 5.7원 높은 1345.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2거래일째 연속 연고점을 갱신한 것은 물론, 마감 기준으로 지난 2009년 4월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6일 환율은 1308.1원에 불과했으나, 6거래일째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1주일 만에 43.1원이 뛰었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0원 높은 1341.8원으로 개장한 직후 윤 대통령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에 잠시 1337원대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오후 들어 다시 상승 전환하기 시작해 1340원 위로 올라선 환율은 장중 1346.6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중 고점 역시 지난 지난 2009년 4월29일(1357.5원)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9시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외환시장 상황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외환당국에서도 9시24분쯤 "최근 환율 상승 과정에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이후 2달 만의 공식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에 일시적으로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오후 재차 오름세를 확대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렇듯 대통령의 구두개입 발언에도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은 까닭은 환율 급등세에 주된 원인이 글로벌 달러 초강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의지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면서부터다. 공개된 FOMC 의사록에는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으며, 경기 위축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대로 낮추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후 연준 고위 인사들은 내달 열릴 FOMC 회의에서도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메시지를 쏟아냈다. 특히 오는 26일 잭슨홀 회의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꺼낼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특히 유로화·위안화 등 주요 비(非)달러국의 통화가치도 무너지면서 슈퍼달러를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아시아 역외시장에서 109.23(마감시간 기준)까지 올라섰다. 지난달 14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점(109.29)에 육박한 수치다.

실제로 간밤 유로화는 물류불안 및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유로화의 가치는 유로화당 0.9943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한 달 만에 유로·달러 '패리티(등가)' 수준도 무너졌다.

위안화 역시 부정적인 경기전망을 기반해 실질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을 내린 탓으로 달러당 6.8652위안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날 기록한 최근 2년 새 최저치인 6.8762위안에 근접했다.

문제는 결제 수요(달러 매수) 우위의 수급불균형 속 슈퍼달러를 막을 재료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환율이 이미 예상 상단을 돌파한 만큼, 1400원에 도달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수요·공급 균형에서도 달러 매수 우위의 시장이 지배적이 상황에서 외환당국 및 대통령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은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을 목격하고 금리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갸아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화의 패리티도 깨지고 엔화·위안화 모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에서도 이미 예상 범위를 넘어섰다"며 "달러당 1400원에 달하는 수준은 오버슈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상단 전망이 무의미해진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에 도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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