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20년來 '최고'···유로·위안화 '휘청'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뚫어내면서 달러당 1400원 시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꺾인 데다, 세계 주요국 비(非)달러 통화들이 힘을 잃으면서 '슈퍼 달러' 현상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62.6원)보다 8.8원 높은 1371.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4월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개장부터 전거래일보다 2.4원 높은 1365.0원으로 개장해 연고점 행진을 이어갔으며, 이날 1370원을 뚫어내면서 4거래일째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환율은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강력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의 충격에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웠고, 이번 주에도 슈퍼 달러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연준은 오는 20~21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은 최근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버렸다. 또 지난주 끝으로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 역시 적정한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골디락스'로 평가됐으나, 연준의 긴축 기조를 덜어낼 만큼의 서프라이즈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슈퍼 달러를 저지해야 할 주요국 통화들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이달 자이언트스텝 행보 기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 중심의 G7에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합의에 유럽으로 이어지는 핵심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소식에 유럽의 에너지 위기 우려는 급격히 확대됐고, 1달러로 1유로를 살 수 있는 '패리티'(등가) 수준도 무너졌다. 중국 위안화 역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33개 도시를 봉쇄한 데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최근 7위안에 근접했다.
이에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110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6월19일(110.19) 이후 무려 20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오전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달러 초강세를 막아서진 못했다.
이제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 가능성은 시간의 문제라는 관측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400원 돌파는 시기 상의 문제"라며 "당초 연말에서 내년 초께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렇게 시장 상황이 빠르게 움직인다면 그 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 ECB가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유럽이 미국과 같이 공격적인 긴축을 계속할 수 있겠냐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